▲한국 정도 규모 국가에서 병사는 30만 가량이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사진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 중 한 장면)
'태극기 휘날리며'(2004)
얼마나 줄여야 할까. 선진국은 GDP대비 1%가량이 국방비다. 한국 정도 규모의 국가에서 병사는 30만가량이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다만, 국방비의 합리적 수준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의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논의하자. 어느 정도 크기의 군대가 적정할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결정하면 된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군비통제국 같은 걸 신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것도 지난 총선 정의당 공약이다.
이렇게 한 다음에 군축을 실시하자. 선제적 공격 말고 선제적 군축을 하자. 이걸 제일 잘 했던 건 뜬금없지만 노태우 대통령이다. 노태우 대통령 물로 보면 안 된다. 취임 직후 남북교역 문호개방, 남북 동포 상호교류 등을 공세적으로 제안한 게 노태우다. 그 후 북한 비방방송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도, 미국이 한반도에 몰래 배치했던 전술 핵무기를 철수할 때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도 노태우다.
초반엔 의지표명 수준에서 적절히 하면 된다. 이때 모병제는 군축 1단계로 꽤 괜찮은 카드다. 모병제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데, 이걸 군축프로그램과 연결하면 된다. 선제적 군축 다음엔? 그 다음부터는 남북한이 군축 주고받기 하면 된다. 오고가는 군축 속에 평화가 싹튼다. 게다가 이것이 북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군 기득권 세력이 가장 큰 걸림돌이렇게 하는 데 큰 걸림돌이 있다. 군 내부의 기득권 세력이다. 이들은 사실 평화군축을 전제로 하지 않은 모병제조차도 반대한다. 이들 중에는 모병제는 동의하지만 시기상조라고 얘기하는 자도 있는데, 자기가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새로운 집권 세력이 모병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집권 초기에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여야 한다. 안 그러면 보수적 모병제조차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밀어붙이기 분야의 최고권위자는 YS다. YS가 임기 시작 전 무기도입 사업이었던 율곡사업 비리를 수사해서 전 현직 장성들을 구속시키고, 하나회를 척결했던 것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에 '국방개혁기본계획2030'을 발표하면서 현재 국군 63만 명을 2030년까지 52만여 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2020년까지 군을 50만으로 줄이자는 계획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이 계획은 2022년으로 미뤄졌었다. 이게 현 정부 들어 2030년으로 또 연기된 것이다.
YS때 국방부 산하에 '21세기 국방연구위원회'라고 있었다. 나중에 유야무야됐지만, 여기서 한국군의 군축 및 감군에 대한 주요한 기획이 야심차게 진행됐었다. 이때 처음, 병력을 50만으로 줄이자고 했었다. 그때 목표연도는 2002년이었다. 이게 지금은 2030년이 되었다. 집권세력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감군 계획 30년쯤 후퇴는 식은 죽 먹기다.
모병제 도입은 육군과의 전쟁군대에서는 숫자 줄이기가 이렇게 어렵다.
국군의 '주류 계파'는 육군이다. 어떤 국회의원들은 국방부를 육방부라 부른다. 또 어떤 이들은 육사부라고도 한다.
어딜 가나 육사 출신들이 다 해 먹는 구조고, 육군이 죄다 차지하는 구조다. 병력수도 63만 중 육군이 49만이다. 미국 육군은 45만가량이다. 장군 숫자는 440명이고, 이 숫자도 한참 동안 변함이 없는데, 이 중 육군이 300명이 넘는다. 예비역 대장이 국방부 장관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는 한국에서, 그동안 공군과 해군 출신 국방부 장관은 각각 1명 씩 뿐이었다.
그러니까 모병제 도입은 육군과의 전쟁이다. 육군은 북한보다도 모병제 주창 세력과 더 싸우려 들지 모른다.
모병제를 한다는 건 이처럼 한반도 평화 체제를 위한 장대한 구상을 세우는 일이고, 안보전략을 헌법정신에 맞게 바꾸는 일이며, 군내 기득권 세력 특히 육군과 한바탕 일전을 벌여야 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깊은 철학과 절대의지가 없는 한 할 수 없는 일이다.
남경필 지사의 주장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정부여당 쪽에서 나온다. 내용 없는 모병제 주장은 인기끌기용 포퓰리즘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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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전 대변인,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까페2 진행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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