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주비엔날레 타이틀 '제8기후대'가 뭐지?

[리뷰] 11회 광주비엔날레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등록 2016.09.28 10:52수정 2016.09.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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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이후 20년이 지난 '광주비엔날레'

 2016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 입구 대형배너. 이번 타이틀 제8기후대 즉 '홍수징후-회귀통화-사고의 허리케인-빙하의 시간-기후대공항-온실감정-오존층-은하계의 파면'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이 디자인은 폴란드 디자이너 '아그니에슈카 폴스카'의 작품으로 검은 바탕에 붉은 와인 잔은 아름답지만 그러나 오일에 오염된 잔은 어떤 위기상황을 상징한다. 지구촌 온난화 자연재앙 등 환경에 대한 예언자적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왼쪽은 전문작가가 아니라 '나도 작가'에 출품한 작품으로 우산 위에는 어린이 그림이 들어가 있다. 제목은 '초록우산 아래 행복한 지구촌 아이들'이고 이번 행사에 활기를 준다
2016광주비엔날레 본전시장 입구 대형배너. 이번 타이틀 제8기후대 즉 '홍수징후-회귀통화-사고의 허리케인-빙하의 시간-기후대공항-온실감정-오존층-은하계의 파면'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이 디자인은 폴란드 디자이너 '아그니에슈카 폴스카'의 작품으로 검은 바탕에 붉은 와인 잔은 아름답지만 그러나 오일에 오염된 잔은 어떤 위기상황을 상징한다. 지구촌 온난화 자연재앙 등 환경에 대한 예언자적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왼쪽은 전문작가가 아니라 '나도 작가'에 출품한 작품으로 우산 위에는 어린이 그림이 들어가 있다. 제목은 '초록우산 아래 행복한 지구촌 아이들'이고 이번 행사에 활기를 준다김형순

1990년 초 냉전체제가 붕괴되면서 "경계를 넘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듯 전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봇물처럼 늘어났다. 광주비엔날레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정책의 일환으로 1995년 아시아에선 처음 열렸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4년 '아트넷(Artnet)'은 광주비엔날레를 베니스비엔날레(1895년)와 함께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선정하기도 했다.


1995년 첫 광주비엔날레는 여러모로 신기록을 세웠다. 세계 비엔날레 사상 163만 명이라는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했고, 유료입장으로 68억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1997년에는 '제만(H. Szeemann)' 같은 세계적 명성의 전설적 기획자도 참여했다. 여기서 문화가 돈이 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상업주의의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알려줬다.

그 역할을 확장하는 가운데 2012년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비엔날레 연대와 정보교환을 위해 제1회 '세계비엔날레대회(IBA)'가 열렸고, '이용우' 전(재)광주비엔날레대표가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이 회장은 비엔날레의 분업화·파편화를 경계하면서 통합과 공존의 정신을 강조했다.

광주비엔날레 1회·2회는 '임영방'과 '유준상' 조직위원장이, 예술총감독제로 바뀐 3회·4회부터는 보수와 진보 미술을 대표하는 '오광수'와 '성완경'이 맡았다. 5회·6회는 백남준과 같이 세계미술을 익힌 '이용우'와 '김홍희'가, 상승기였던 7회·8회는 광주를 통해서 베니스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이 된 '오쿠이 엔위저'와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맡았다.

그리고 9회부터는 아시안 큐레이터 중심으로 '김선정' 외 6명의 아시아여성공동감독, 10회 때는 다시 영국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제시카 모건'이, 이번 11회에는 스웨덴 출신 총감독 '마리아 린드'를 필두로 5명의 여성큐레이터가 도왔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왜 모두 여자냐고 묻자 최고를 뽑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 웃음이 터졌다.

치열한 문화전쟁시대에 살아남기


 기자간담회에서 2016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마리아 린드'와 함께 활동한 큐레이터들 오른쪽부터 '아자 마모우디언' 큐레이터, 총감독 '마리아 린드', '마르가리다 멘데스' 큐레이터, '미테-우그로(지역미술모임)' 협력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 '최빛나' 대표큐레이터 그리고 '미쉘 웡가' 큐레이터이다
기자간담회에서 2016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마리아 린드'와 함께 활동한 큐레이터들 오른쪽부터 '아자 마모우디언' 큐레이터, 총감독 '마리아 린드', '마르가리다 멘데스' 큐레이터, '미테-우그로(지역미술모임)' 협력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 '최빛나' 대표큐레이터 그리고 '미쉘 웡가' 큐레이터이다김형순

이번 11회 (재)광주비엔날레(박양우 대표)는 본 전시관 뿐만 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누리봄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총 37개국, 101작가와 팀(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The 8th Climate: What does art do?)라는 타이틀로 11월 6일까지 열린다.

총감독으로는 스웨덴 출신 '마리아 린드'가 선정되었다. 린드 총감독은 이번에 대표 큐레이터인 '최빛나'와 보조큐레이터인 '아자 마모우디언', '마르가리다 멘데스', '미쉘 웡가'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한 큐레이터 집단인 '미테-우그로'와 협업을 한다. 본 전시와 함께 거의 동시에 지난 1월 입체적 지역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을 더 소개하면, 그는 스톡홀름 대학에서 예술사 및 러시아어 석사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큐레이터협회(IKT) 이사와 2009년 큐레이터부문 월터홉스상(W. Hopps Award)을 받았다. 능력도 탁월하고 인간적인 매력도 넘친다.

이렇게 훌륭한 전시기획자가 총감독이 되었음에도 성이 차지 않는다. 치열한 세계문화전쟁시대에 20년을 보내고 새 전환기를 맞는 시점에서도 그 대처방식이 지엽적이고 산만하고 숙성되지 않아 안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인류의 고민과 절박한 과제를 더 많이 건드리지 못했고 세계미술에 대한 더 좋은 정보와 교류 그리고 더 다양한 미술계 인맥 확보도 부족했다.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차별화된 정책과 안목, 시선, 비엔날레에 대한 미래지향적 비전 등등 이에 필요한 폭넓은 미술담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멋진 타이틀 '제8기후대'의 실체는 뭔가

 2016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스웨덴 출신 '마리아 린드' 이번 광주비엔날레 주제와 진행과정에 대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스웨덴 출신 '마리아 린드' 이번 광주비엔날레 주제와 진행과정에 대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형순

전시타이틀은 방향을 제시하기에 중요하다. '상상계'란 뜻이 담긴 '제8기후대'는 푸코의 '에피스테메(담론체계)'와 비슷한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신을 대신할 인간지성으로 특히 인간이 정치에서 소외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타자를 만날 때만 인간은 진정한 주체가 된다는 깊은 의미가 있다고는 하나 관객에까지 전달될지는 모르겠다.

총감독 설명에 의하면 12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자인 '소흐라바르디'에 의해 착안됐고, 20세기 프랑스철학자 '앙리 코르뱅(H. Corbin)'에 의해 다듬어졌다. 과거·현재·미래가 혼재된 '만화경 같은 다양성의 기후대'라고 설명하는데,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난처한 순간'을 뜻하는 '25시'와 같은 확실한 개념은 전혀 잡히지 않는다.

또 '제8기후대' 개념은 현대예술이 작동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어떤 작품으로 그걸 구현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차라리 기존 예술범위를 확장하는 개념으로 도입하거나 전 세계에서 모여든 작가, 관객, 문화인 그리고 광주작가와 시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활성화하는 교두보로 삼은 개념이었다면 더 좋을 뻔 했다.

지역성과 세계성의 균형과 조화

 2016광주비엔날레 '전야제' 전시입장하기 직전의 국내외 미술관련 인사 및 관객 모습
2016광주비엔날레 '전야제' 전시입장하기 직전의 국내외 미술관련 인사 및 관객 모습김형순

언제나 광주비엔날레의 첫 번째 쟁점은 지역성과 세계성의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이냐, 로컬이냐 하는 건데 이번에도 이 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역성에 꽤 신경을 썼으나 업그레이드시키지 못했다. 세계수준의 미술도 순식간에 변방미술이 될 수 있음을 일러준다.

격년제로 열리는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5대 비엔날레에 걸맞은 문화거점이자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전시기간 두 달만큼은 광주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UN처럼 국경이나 인종과 상관없이 광주는 메트로폴리스가 돼야 한다. 모두가 세계시민이 되어 보다 개방적 국제성을 띠면서 생동감과 축제감이 넘치는 미술행사가 이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

"스펙터클에 반기를 들고 사색의 공간으로(?)"

 빅 반 데 폴(Bik Van der Pol) I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How does a straight line feel)' 1994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이 그룹은 '리스베스 트 빅'과 '요스 반 데르 폴' 2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의 작품은 장소와 역사와 대중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배치된다.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를 주제로 '쉼과 만남의 장소'를 마련한다. '5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여기서 만나 그들과 소통을 통해 당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빅 반 데 폴(Bik Van der Pol) I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How does a straight line feel)' 1994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이 그룹은 '리스베스 트 빅'과 '요스 반 데르 폴' 2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의 작품은 장소와 역사와 대중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배치된다.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를 주제로 '쉼과 만남의 장소'를 마련한다. '5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여기서 만나 그들과 소통을 통해 당시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김형순

두 번째 쟁점은 센세이셔니즘이냐 아니면 미술의 본질에 충실하냐는 것이다. 비엔날레 측은 이번에 '스펙터클한 현대미술에 반기를 들고 광주 발(發) 미술사 지각 변동'을 가져왔으며,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전시공간을 시도해 파티션을 최소화해 하나의 유기체'가 되도록 했고, 전시의 무게를 빼고 '여백의 미, 사색의 공간'에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센세이셔니즘을 경계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관객이 스스로 찾아내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하는 방식도 필요하나 잘못하면 구호가 되기 십상이다. 여기서 관객이 몰아지경에 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그건 바로 '장 보드리야르'가 21세기의 키워드라고 말하는 '유혹성'이다. 차라리 낯설게 재발견하는 전시가 더 나을 뻔 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인터넷 매체인 '아트넷(Artnet)'이 먼저 전한 외신보도 제목은 "스펙터클보다 미술의 본질에 충실했다"인데, 이는 기자가 본 자신의 관점보다는 주최 측 입장을 부각시킨 홍보용 기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비엔날레가 일반전시와 다른 점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업적인 것이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도 보다 여유롭고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라는 것인데 이번에 그런 미덕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되려면 문화행정가, 작가, 언론인의 원활한 소통과 긴밀한 협조, 관객의 수준 높은 자율성과 다양한 관점이 필수다.

물론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가 문화를 통제한다는 기운이 보인다. 2014년 특별전에서는 작품이 철거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테러리즘이 전 세계적으로 휩쓸고 있는 요즘일수록 그 반대급부로 비엔날레 같이 평화적이고 축제적인 행사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행사는 앞으로 더 활성화되고 더 큰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매개철학' 알맹이 없는 구호되기 쉬워

 토미 스토켈(Tommy Støckel) I '광주 돌(The Gwangju Rocks)' 혼합매체 GB11 2016 3D작업으로 덴마크 출신 작가 '스토켈'은 유럽과 광주 그리고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고인돌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중시하는 '매개철학'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토미 스토켈(Tommy Støckel) I '광주 돌(The Gwangju Rocks)' 혼합매체 GB11 2016 3D작업으로 덴마크 출신 작가 '스토켈'은 유럽과 광주 그리고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고인돌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중시하는 '매개철학'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김형순

이번 비엔날레의 세 번째 쟁점은 바로 '매개철학'이라는 미학적 담론이다. 모든 미술과 미디어에서 매개철학은 기본사항이다.

비엔날레 측은 '매개철학'의 구체적 방안으로 지난 1월부터 매달 지역밀착형 '월례회'(Monthly Gathering)와 '인프라스쿨(Infra-school)' 프로그램으로 만든 '미테-우그로(Mite-Ugro) 예술서가'에서 토론 및 독서모임인 '작가 스크리닝'과 '작품포커스', '광주걷기' 등을 시도했다고 설명하나 이를 특화시켰다고 하기엔 평가가 이르다.

그리고 주최 측에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중시하고 현장밀착 방법론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하는데 이 역시 별로 색다르지 않았다. '작가와의 대화'나 '퍼포먼스'도 일회성 해프닝이나 행사주의, 매너리즘으로 빠질 징후를 보인다.

제1전시장, '도라 가르시아' 등 감상하기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I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Nokdu bookstore for the living and the dead) 2016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 수상작품. 작가가 직접 광주항쟁을 경험한 현지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통역을 젊은이들이 도와주고 있다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I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Nokdu bookstore for the living and the dead) 2016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 수상작품. 작가가 직접 광주항쟁을 경험한 현지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통역을 젊은이들이 도와주고 있다김형순

그러면 이제부터는 전시장 투어를 시작해 보자. 먼저 '제1전시장'을 소개한다.

제1전시장 입구에 있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이 5·18광주항쟁의 주요 거점이자 토론의 장이었던 '녹두서점'을 스페인의 유명작가 '도라 가르시아(D. Garcia)'가 설치미술로 재해석한 '녹두서점-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다. 2016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을 수상하여 이번 비엔날레에서 대표성을 지니는 작품이 되었다.

이 서점은 1977년 계림동에 문을 열었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격문과 투사회보 등을 만들어 배포했던 곳으로 당시 치열했던 광주항쟁의 주요 거점이자 토론의 장이었다. 녹두서점이 36년 만에 2016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작품으로 다시 부활한 셈이다.

 이 설치작품은 설치작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광주와 관련된 책만 아니라 신간도 전시하고 판매하는 서점역할도 한다. 마침 '봉기'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설치작품은 설치작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광주와 관련된 책만 아니라 신간도 전시하고 판매하는 서점역할도 한다. 마침 '봉기'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김형순

광주민주화운동을 <뉴욕타임스>같은 서구 언론에서는 '광주봉기(Kwangju Uprising)'라고 적는다. 프랑스혁명이 대백과사전을 편찬하기도 했던 계몽주의파에서 시작했듯 광주봉기는 녹두서점에서 시작되었다. 김남주 시인도 여기를 거쳐 갔다. 여기에서 당시 녹두서점에 있었던 서적을 볼 수 있고 판매도 한다. 주요 토론도서 목록이었던 서적을 대여해 전시한다.

또한 매개철학이 반영된 작품으로 광주민속박물관과 고인돌 고장인 화순 일대를 둘러본 덴마크 작가 '토미 스토켈(T. Støckel)'의 '광주 돌'도 있다. 일종의 이모티콘 같다.

이번에는 2015년 작 스웨덴 작가 '잉겔라 으르만(I. Ihrman)'의 거대한 '돼지풀'을 보자. 이 돼지풀은 독성이 있어 피부에 물집이나 화상을 입힌다는데 그걸 우리가 삶에서 받기 쉬운 상처로 비유했다. 그런 면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이 난해한 시대에 자연 친화성을 통해 삶을 예술로 보면서 보다 긍정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위와 같은 생태계를 주제로 한 작품이 또 하나 있다. 난개발에 대한 비판과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 등을 풍자한 '박인선' 작가의 '뿌리(Root series)' 연작이다. 이 작품은 우리의 자화상과 다를 바 없다.

제2·3·4·5전시실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관

 오톨리스(The Otholis Group) 아트그룹 I '지구 영매(Medium Earth)' 비디오 디지털 필름 41분 3초 2013. 런던에서 활동하는 '안젤리카 사가르'와 '코드우 에슌'이 만든 작품으로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현대문명을 예리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오톨리스(The Otholis Group) 아트그룹 I '지구 영매(Medium Earth)' 비디오 디지털 필름 41분 3초 2013. 런던에서 활동하는 '안젤리카 사가르'와 '코드우 에슌'이 만든 작품으로 소리 없이 아우성치는 현대문명을 예리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재)광주비엔날레제공

'제2전시실'은 뉴미디어 영상작품 코너라 장엄할 정도로 어두워 암실 같다.

이번 전시 중 우리의 뇌리에 강력한 흔적을 주는 작품 하나를 찾았다. 2014년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에도 출품한 '오톨리스 아트그룹'의 '지구 영매'로 제목도 흥미롭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문명의 위기를 시대의 예언자적 관점에서 본 에세이 영상작품으로 신지형도 형식에 담았다. 이를 보니 21세기는 역시 뉴미디어시대임을 체감케 한다.

'제3전시실'에서는 독일작가인 '미하엘 보이틀러(M. Beutler)'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는 광주 대인시장에 머물며 지역학생과 함께 '소시지 숍'을 열어, 과일 담는 망과 종이를 활용해 '소시지'를 만들었다. 불행하게도 먹을 수 없는 소시지다. 그렇지만 예술이란 이렇게 물질을 비물질화한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물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임을 위트 있게 설명하고 있다.

'제4전시실'에는 현대미술에서 추상성에 부응하는 작품을 배치했다. 미국출신 '타일러 코번(T. Coburn)'은 미래인류를 위해 상상 속에 디자인한 인체공학적 작품을 선보인다.

또 '민주주의의 움직임이 있었던 한국의 장소에 그림을 들고 가서 찍은 사진'이라는 긴 제목의 작품도 있다. 정치와 미학을 접목해온 뉴욕작가 '더그 애쉬포드(D. Ashford)'의 것으로 1980년부터 광주와 관련된 기사를 '뉴욕타임스'에서 스크랩했고 이와 관련된 기억의 장소, 수감되고 사망한 장소, 민주주의가 자라난 장소 등을 앵글에 담았다.

'제5전시실'에서는 페미니즘 '퀴어'를 주제로 한 스위스 작가 '폴린 부드리(P. Boudry)'와 라이트로 작업하는 독일 작가 '레나테 로렌스(R. Lorenz)'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본관 말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있는 전시관에서는 런던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크리스토퍼 쿨렌드란 토마스(C. K. Thomas)'의 인간적 주거환경과 도시재생계획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을 선보인다. 이런 가능성을 열어줄 뉴 네트워크방식 등도 타진한다. 지면상 다 소개를 못해 다른 작품은 아래 '슬라이드'를 참고하기 바란다.

"때로 과거가 현재를 도와준다"

 2016년 9월 2일 거시기홀에서 열린 '2016광주비엔날레(포럼)'에서 첫 발표주자는 이 포럼에 초대받은 소설가 '한강'이었다.
2016년 9월 2일 거시기홀에서 열린 '2016광주비엔날레(포럼)'에서 첫 발표주자는 이 포럼에 초대받은 소설가 '한강'이었다. 김형순

끝으로 '크고 작은 모두의 힘으로'라는 제목으로 '2016광주비엔날레(포럼)'이 열렸다. 이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면 첫날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초대되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낭독하는 방식이라 산만하고 좀 지루했다. 한강의 말 중 "죽지 마", "때로 과거가 현재를 도와준다", "나는 언어가 불편하다" 등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소수자 마을 이야기를 담은 '마이너리티 코뮌' 저자 '신지영'과 중국 비타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공동대표 '후팡(Hu Fang)', 스웨덴 고텐버그대학 예술학과 교수 '안드레아 필립스(A. Philips)' 등의 발제가 있었다.

포럼이 지루한 사람은 밖에서 나와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국제포럼인 만큼 내국인과 외국인들이 두루 사이좋게 뒤섞여있는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이번 전시도록 작가 소개에서 국적 대신 활동하는 '도시'를 적었다는 점과 '도록디자인'에 북구나 슬라브족 감성이 담긴 점은 참으로 특이했다.

결론으로 광주비엔날레 20년은 '형성기와 침체기와 도약기, 혼란기와 안정기' 등과 같은 리듬을 탔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것 같다. 한강이 남긴 "때로 과거가 현재를 도와준다"라는 말이 이번 비엔날레에 힘이 되길 바란다. 취재진에게 발 빠른 정보를 제공한 홍보팀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2016 광주비엔날레' 화보: 본전시장, 이벤트, 국제포럼, 본관 외 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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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순

덧붙이는 글 [행사소개] 기간 : 2016. 11. 06(일)까지 (66일간) 장소 :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두암2동 누리봄 커뮤니티센타, 한새봉두레 농업생태공원 등등
[작품해설] 휴간일 없이 매일 아침 10시부터 30분마다 하루에 11번 도슨트 전시설명회가 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wangjuBiennale.
#2016 광주비엔날레 #제8기후대 #'마리아 린드' 총감독 #소설가 한강 #매개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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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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