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바위에서 본 하늘.거북바위에서 내려오기 싫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졌다.
노시경
우리는 거북바위 바로 밑까지 걸어가보았다. 거북바위 아래편의 작은 바위 위에는 이곳에 여행 온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남긴 흔적들이 가득하다. 거북바위 뒤편에서 보니 이곳은 하나의 작은 산이었다. 바위 뒤편으로는 거북바위 머리 위까지 올라가는 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생각보다 매우 가파른 길이다. 가파른 길 위에는 몸이 겨우 빠져나갈 암벽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을 통과하면 거북바위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거북바위 머리 위까지 올라가는 것은 조금 위험해 보였다.
나는 거북바위의 목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반바지를 입고 가파른 거북바위 길을 올라가다가 흙 길에 살짝 미끄러져 몸이 갸우뚱했고, 오른쪽 무릎 아래 다리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긁혀버렸다. 아래 다리에 긴 실선 같은 여러 줄의 상처가 남았고 피도 약간 보였다. 오늘 신은 신이 등산화가 아니어서 발이 흙길에 미끌어진 것이다. 조금 더 가면 거북바위의 정상이지만 아내가 위험하다고 말렸다. 마치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머리 위는 나에게 내어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거북 목 위의 한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거북바위 뒤편으로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고 그 앞에는 초원과 장대한 암산이 펼쳐지고 있었다. 초원의 사람들은 마치 점같이 작게 보였다. 거북바위 앞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늘지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거북바위 위는 여행자들이 앉아서 힐링을 하는 곳이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기사를 맡고 있는 몽골 친구는 거북바위에 앉아 한동안 바람을 쐬며 몽골의 초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가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들인데 그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정경들이다. 그 누구도 먼저 거북바위 아래로 내려가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나도 이 신령스러운 거북바위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이 풍경들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마음이 상쾌하게 뚫리는 대자연을 마음껏 즐겼다.
우리 일행이 바위에 걸터앉게 된 것은 먼저 와서 거북바위 위에 앉아 있던 한 미국인 할머니 때문이었다. 흰 머리를 짧게 깎아 얼핏 할아버지로도 보이는 이 할머니는 몸도 튼튼해 보이고 복장도 반팔,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었다. 그녀는 도인처럼 앉아 몽골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를 보고 자동으로 거북바위의 작은 바위 위에 앉아 그녀를 따라 몽골의 초원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몽골의 하늘이 참 아름답지요? 내가 왜 이제야 몽골의 하늘을 보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내가 다녀야 할 여행이 많은데 나이가 든 게 너무 안타깝네요."나와 아내는 그녀의 인사에 정말 몽골의 하늘이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거북바위 위에서 본 몽골 하늘은 푸르고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