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 손 닿게 하고 싶지 않다'지난 28일 오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강제부검 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가운데 고인의 유가족과 투쟁본부측은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딸인 백도라지씨는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절대로 닿게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고인의 부인과 딸인 백민주화, 백도라지씨.
권우성
영장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백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건이 붙은 영장이 유효한지, 무효인지에 대해서 견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유효라는 분들은 법적으로 명백하게 금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반대로 무효라는 분들은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무효라고 보는 분들 중에서도, 조건만 무효이기 때문에 조건이 안 붙은 영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도 계시고, 전체적으로 무효라고 보는 분도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견을 제시해주신 것을 정리했습니다.
첫째, 법원의 기본적인 임무를 망각한 판단입니다. 법원의 기본적인 책무는 분쟁의 해결입니다. 이 사건에서의 다툼 내용은 과연 부검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옳다면 영장을 발부하면 되고, 아니면 기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다른데, 이런 영장을 가지고 어떻게 분쟁이 해결되겠습니까? 오히려 분쟁을 더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한 영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영장이 유효한 것이냐, 무효인 것이냐의 문제는 탁상공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서울대병원 안팎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백 선생님의 시신을 지키고 계십니다. 이 영장을 집행하려 하는 경우 충돌이 벌어질 것임은 명백합니다.
만약 영장이 유효하다면? 집행을 막으려는 시민들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영장이 무효라면? 그 영장에 따른 집행은 무효인 영장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한 공무집행입니다.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항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불명확한 영장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적법한 행동인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분쟁을 조장하는 영장이라는 것입니다.
특히나, 조건만 무효여서 깨끗하게 발부된 유효한 영장이라면? 유족을 배려한답시고 조건을 붙인 것 같지만, 아무 조건 없는 영장이 되어 버려서, 오히려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헛수고를 한 것이 됩니다.
비겁하고 무책임한 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