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테네답게 공항 내에도 승객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었다.
한성은
하지만 역시 세상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터키에서 이미 한바탕 삽질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사히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비행기 티켓을 보고 또 보고 했었다. 공항 이름도 정확하고 날짜와 시간도 맞았다. 추가 비용이 생기지 않도록 수하물 규정도 꼼꼼하게 읽고 배낭 무게에 맞게 미리 신청을 마친 후였다. 부스스 일어나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티켓을 받으러 가니 항공사 직원이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웹-체크인(Web Check in) 안 했네? 45유로 내야 해.""웹-체크인? 그게 뭐야? 나 돈도 다 냈고 여기 모바일 티켓도 있어.""비행기 타기 전에 인터넷에서 웹-체크인 해야 해.""무슨 소리야? 비행기 예약할 때 그런 말 없었어.""괜찮아. 여기서 체크인하면 돼. 대신 45유로 내야 해."그랬다. 대부분의 유럽 저가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반드시 웹-체크인을 해야 했다. 쉽게 말하면 '나 비행기 진짜 탑니다, 나는 누구입니다' 하는 것이었다. 인력 소모를 줄이고 업무 간소화를 위해 저가 항공사들은 승객 스스로 체크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하물이 없으면 줄 서서 티켓팅할 필요 없이 그대로 비행기를 타면 되는 것이었다.
그제야 옛날에 비행기 타던 일이 생각났다. 10년 전에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전화로 미리 확인(confirm)을 했었다. 컨펌을 안 하면 비행기 표를 갖고 있어도 자리가 없어서 비행기를 못 타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그 방식이 바뀌었던 것이다.
몰타행 비행기 표가 90유료였는데 클릭 몇 번 안 해서 45유로를 더 냈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뭔가 억울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렸다. 몰타에서 만난 다른 한국 유학생들도 유럽 저가 항공사의 웹-체크인 정책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덕분에 그 친구들은 날벼락을 면했지만, 나는 수강료가 너무 비쌌다.
저가 항공권이 괜히 값이 싼 것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저가 항공은 계속 머리를 아프게 했다. 내가 앉아서 가는 좌석보다 내 배낭 하나가 훨씬 비싼 적도 많았다.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여행이겠지만, 배움의 즐거움보다 지출의 괴로움이 더 컸다. 유럽 최대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잊지 않겠다!
값비싼 저가 항공은 비행 2시간 만에 몰타에 도착했다. 몰타는 국토 면적이 316km²로 제주도의 1/6 정도 되는 나라다. 그래서 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나라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몰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슬리에마(Sliema)에 예약해 놓은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풀었다. 대부분의 어학원이 수도인 발레타(Valletta)와 슬리에마 지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숙박비가 비싸도 어쩔 수 없었다. 얼른 어학원을 정하고 기숙사로 들어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