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템즈강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인 ‘런던 아이’가 있고, 오른쪽에는 시계탑 빅벤과 국회의사당이 있다.
김영숙
9일간의 여행 첫 번째 나라는 영국(United Kingdom)이다. 저렴하게 가기 위해 직행이 아닌 중국 상하이를 경유하는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인천공항에서 조금 늦게 출발해 상하이 푸동공항에도 연착했고 환승 절차를 밟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중국에서 환승을 몇 차례 해본 경험이 있는 일행 중 한 명은 예년에 비해 절차가 많이 복잡해졌다고 했다. 혹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때문이 아닌지, 우리끼리 얘기를 주고받았다.
푸동공항은 유럽이나 동남아, 아메리카로 가기 위해 환승하는 여행객이 많이 들르는 곳이다. 밴쿠버·방콕·나고야·마카오 등의 도시로 가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히드로공항으로 가기 위해 중국동방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왔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라면과 김밥을 든든히 먹었는데 상하이로 오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나왔다.
배가 불렀지만 따뜻한 기내식에 손길이 가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또 식사를 한 것이다. 두 시간마다 한 끼를 먹은 꼴이다. 여행 기간 내내 그렇게 우리의 식탐여행은 계속 됐다.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12시간 비행 후 영국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 30분에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보다 8시간 늦으니 비행시간이 총 14시간 정도인데도 그동안 해가 계속 떠 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재밌게 본 터라 은근히 히드로공항에 대한 선망이 있었는데 잠이 덜 깼는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래도 일행은 '히드로(Heathrow)'라는 글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에서 5분 거리인 숙소를 가기 위해 공항에서 피카딜리 라인의 지하철을 탔다. 우리나라는 지하철 노선이 숫자로 돼있는데 런던 지하철 노선은 고유의 이름이 있었다.
킹스 크로스역은 영화 '해리포터'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기 위한 9와 3/4 승강장이 있는 역이다. 우리도 런던 여행 마지막 날 그곳을 방문했는데 기념촬영을 하기 위한 관광객이 넘쳐났다.
이틀간 런던시내 관광을 위해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를 구입했다. 보증금을 내고 카드를 구입해 충전하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런던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역사(驛舍)와 차량이 낡았고 차량 내부는 좁았다. 일행 중 한 명이 서울메트로에서 근무하다보니 이것저것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하철 내 풍경은 세계 공통인가보다. 핸드폰으로 웹서핑 또는 게임을 하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내 옆에 앉은 승객의 핸드폰이 삼성이었다. 문득 수하물 부치는 곳에서 삼성 갤럭시노트 7의 배터리가 있는지 확인하던 게 떠올랐다.
영국 현지시각으로 오후 10시께 숙소에 도착했다. 오빠네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장 26시간 만에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오니 온종일 영어를 쓰는 사람들과 신경전을 하느라(나는 거의 영어를 안 쓰고 따라 다녔지만) 쌓인 긴장이 풀렸다.
욕실에 구비된 샤워 용품엔 대부분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유통기업 테스코(Tesco) 상표가 붙어 있었다. 홈플러스노동조합에서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아는 동생이 떠올랐고, 드라마 '송곳'과 영화 '카트'가 생각났다.
신구의 역사가 함께 흐르고 있는 템즈강과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