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 폭행 시비 '고소전'으로 비화

지난 2월, 총장 면담 요청하던 학생들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고소

등록 2016.10.06 11:34수정 2016.10.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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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 학생들이 교직원 3명을 특수폭행혐의로 고소했다. 학생들은 지난 2월 총장 면담 요청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통대 증평캠퍼스 학생들이 교직원 3명을 특수폭행혐의로 고소했다. 학생들은 지난 2월 총장 면담 요청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충청리뷰

한국교통대학교(이하 교통대) 학내구성원간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지난 1월 교통대학교는 증평캠퍼스와 충북대학교간 통합논의가 학내문제로 비화되면서 내부 구성원들 간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후 잠잠해지며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교통대 학내문제가 이번엔 폭행논란으로 다시 불거졌다. 당시 학생대표였던 이인수씨가 최근 교통대 총무팀장 등 교직원 3명을 특수폭행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폭행사건에 대한 '고소전'은 학교가 먼저 시작했다.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가 길어지자 학교는 지난 2월 충주경찰서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폭행'등의 혐의로 증평캠퍼스 학생대표들을 고소했다. 이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맞고소로 대응한 것이다.

고소취하 빌미로 '반성문' 요구

충청리뷰
학생과 교직원간 맞고소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생들은 김영호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에 들어가려 했지만 직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학교 측은 총장실이 위치한 본관 엘리베이터 전원이 차단했고, 총장실이 위치한 층의 비상계단 문도 모두 잠갔다. 학생들은 잠긴 비상계단 앞에서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하자 문을 강제로 열고 총장실이 있는 7층으로 진입했다.

당시 증평캠퍼스 학생대표였던 박진환씨는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비상계단에 있었다"며 "뒤로 되돌아 갈 수도 없었고 자칫 잘못했다간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강제로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후 총장실 앞을 지키던 교직원들과 총장실에 진입하려던 학생들 간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박씨는 그 일로 학교로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응급구조학과에 재학 중인 박씨는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이번 사건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으면 소방공무원의 꿈을 이룰 수 없다. 학교에서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잘못했다는 반성문을 쓰면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박씨는 학교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교통대학교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교수회에서 중재를 해왔다"며 "학생들이 학생본분을 어기고 잘못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경위서 내지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했다"고 관련 내용을 일부 인정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학교에서도 그동안의 고소·고발 문제나 내부 징계 사항들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사태 해결의 열쇠는 증평캠퍼스 구성원들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학교 측이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면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추석이후 바로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고소는 취하되지 않았다. 그래서 총장실 진입당시 학생들에게 폭행을 가한 교직원들에게 맞고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학생들은 총장실로 향했나?

지난해 12월 한국교통대학교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위한 구조조정과 대학특성화 사업인 'PRIME' 사업을 위해 학사구조개편안을 전체 교수회의에 붙여 통과시켰다. 이에 52개 모집단위를 23개로 줄이는 등 학과 간 통·폐합이 진행됐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증평캠퍼스 구성원들은 교통특성화와 관련 없는 보건·생명·교육 관련학과로 구성된 증평캠퍼스를 단계적으로 소멸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집단 반발했다.

실제로 교통대학교는 유아특수교육학과 폐과를 사전 논의 절차도 없이 구성원들에게 통보했고, 이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 장애인 관계기관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교통대학교 총장과 충북대학교 총장 간 유아특수교육학과 이전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당시 충북대학교 교수회는 "교통대학교 김영호 총장이 유아특수교육학과 정원 15명 중 일부를 받아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며 "유아교육과와 유아특수교육과를 함께 주면 사범대에 편입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교통대학교 증평캠퍼스의 다른 학과들도 자신들도 받아 줄 수 있느냐고 문의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통대학교는 "김영호 총장이 충북대학교 윤여표 총장과 통화하면서 유아특수교육과 얘기를 꺼낸 일은 있다"며 하지만 "평소 잘 아는 사이라 학교의 어려움을 상의한 수준"이라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교통대학교 증평캠퍼스 비대위 관계자는 "사실상 통합논란은 증평캠퍼스 구성원들이 시작 한 게 아니라 김영호 총장의 발언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것"이라며 "당시 우리는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기분 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충북대학교와의 통합을 얘기한 것이지 애초부터 우리가 요구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태해결을 위해 증평캠퍼스 학생들이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면담이후 간담회 일정을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총장실 점거라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충돌로 소송이 제기됐고, 학생대표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한편 충북참여연대는 현 상황에 대해 지난달 20일 성명을 내고 "국립대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보복성 고소를 즉각 취하하라"며 "학교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일을 두고 형사고소까지 하는 것은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학생회장 '수난시대', 각종 고소로 몸살

최근 학내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대학들의 학생대표들이 대학과 법인으로부터 각종 송사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각종 고소에 이어 학내징계도 추가적으로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장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 중인 이화여대의 경우 동문 변호사가 이 대학 총학생회장 등 10명을 경찰에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동국대학교도 지난 3월 학교가 직접 나서 학생대표들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하했다.

앞서 동국대는 작년 부총학생회장인 A씨를 무기정학 처분했다. 청주대학교도 재단에서 학생대표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하는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상지대학교와 교통대학교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한국교통대학교 #폭행시비 #충청리뷰 #고소전 #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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