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을 청구했던 하윤정씨 최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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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많이 느껴지네요. 혹시 이와 관련된 또 다른 공약이 있었나요?"현재의 다인가족중심 복지시스템을 1인 가구, 여성, 장애인 등에게도 열린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공약을 걸었어요. '여성의 공간에 안전을'이라는 키워드로요. 사실 임대주택에 비혼이나 1인 가구가 입주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거든요.
요즘은 서울시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협동조합형 주택이 보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임대주택은 가난하고, 가족 수가 많아야 입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25%를 넘어서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거죠. 비혼 가구뿐 아니라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특히 노년 1인 가구 수도 높아지고 있고요. 변화하는 가족형태에 따라 복지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그렇군요. 하윤정씨가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당사자이시기도 한데, 본인이 직접 겪었던 차별은 어떤 게 있었나요?"일단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추석 연휴에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어서 네가 결혼을 해야 더 이상 신경 안 쓰고 마음을 놓지'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도 많은 것 같고요.
실제로 저도 어렸을 때는 결혼하지 않는 사촌 언니를 보면서 '왜 저 언니는 결혼을 안 할까'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제도도 문제가 많죠. 앞서 얘기했듯이 기존 복지시스템은 대부분 가족중심이에요. 최근 인상된 주민세만 해도 1인 가구 세대주와 다인 가구 세대주가 같은 금액을 내죠. 집을 구하려고 대출을 받을 때도 신혼부부에게는 혜택이 있으니깐 비혼은 불리하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위헌청구는 처음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위헌결정은 쉽게 나지 않는다고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사실 저도 큰 기대는 없었는데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구요. 다음번엔 꼭 합헌 결정이 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부분까지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비혼에 대한 차별과 편견들은 여전하다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의 사람들'을 통칭한다. '원래 결혼은 해야 하는데 못했다'는 뜻이 반영된 미혼과 달리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통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담고 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비혼 1인 가구 비율은 27.1%다. 2000년 15.5%였던 것과 비교하여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렇듯 비혼 1인 가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