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셋째 시동생네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은 물론 잡초도 뽑지 않는데 채소가 잘 자란다.
김영숙
아침을 먹고 민이네로 돌아와 민이가 키우는 농작물들을 돌아봤다. 태평농법으로 키우는 여러 가지 채소가 이색적이었다. 태평농법이란 자연농법의 하나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으며 잡초를 제거하지 않는 농법을 말한다. 자연의 힘을 믿고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농법이란다. 씨를 뿌리고 방치해두면 알아서 자라는 놈들이 신기했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무척 많이 열렸는데 알이 자잘했다. 우리였다면 큰 놈을 살리려고 작은 놈은 솎았을 텐데, 썩었든, 작든 그대로 두는 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민이네 밭 옆에도 블랙워터강이 흘렀고, 연어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이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 사진을 전공했다. 프랑스에서 심화과정을 공부하며 아이리쉬 남편인 '가빈'을 만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대기업에 취직해 출근을 앞둔 민에게 가빈은 청혼했고, 둘은 파리에서 사진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가빈의 어머니이자 민의 시어머니는 그의 가족들에게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에 발생하는 문제는 공동체 파괴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단위 또는 지역단위의 공동체 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민이 부부는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가빈의 고향인 이곳에 정착했다. 현재 회원 1000여 명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회원들이 생산한 믿을 만한 작물을 구입하며 자급자족을 꿈꾼다.
현재 민이 부부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저장기술 개발'이다. 민이의 시동생들은 수확한 농산물의 많은 양을 버린다고 한다. 그것들을 발효해 잼을 만들거나 숙성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배추를 심어 김치를 담그려고 우리나라 항아리를 구입했고, 김치를 저장하기 위해 지하벙커를 짓고 있다.
오후에는 가빈의 동생네를 방문하기로 했다. 삼형제 중 가빈이 맏형인데, 둘째가 살고 있는 곳은 코크시 도네레일(Doneraile)에 있는 Creagh Castle이다. 말 그대로 성(城)이었다. 민의 둘째 시동생의 친구가 과거 영주였던 가문의 저택과 부지 10만평을 몇 년 전 부동산 시장에 내놓았고, 화가인 민의 둘째 시동생이 구입했다. 시동생은 그곳에서 우퍼들, 수행자들과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