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리스트가 공개된 후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은 예술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현 시인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중에 내 이름이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명단을 살펴보았다"라며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 트위터
검열당하는 블랙리스트 인물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모색한 문화예술인도 있다. '미르 재단', 'K스포츠재단' 논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거론된 차은택씨가 바로 그 예다. 그는 권력에 빌붙어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지원금이 없어서 작품을 못 올리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예술혼을 겨우 붙들고 있는 사람들과는 상반된 길을 차은택씨가 개척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의 지향점이 두 곳으로 나뉜다는 것을 확인했다. '차은택'이냐 '블랙리스트'냐. 권력을 향한 복종과 저항 사이에서의 선택은 예술계의 화두가 됐다.
어두컴컴한 이 시대, 나약한 초짜 예술인으로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며,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까? 내가 계속 연극을 할 수는 있는 걸까?
이 글을 쓴 이상, 적어도 이 정권에선 예술 지원이나 어떠한 도움을 받긴 글렀다. 그렇다고 차은택씨처럼 권력에 빌붙는 건 쪽팔려서 못 할 노릇이다. 나는 차은택씨가 '참 나쁜 예술인'이고, 이 모든 생태계를 파괴한 최순실씨와 대통령이야말로 '참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차은택과 블랙리스트 사이에서 나는 후자를 택했다.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오르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또한, 나는 나만의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가리려는 사람, 밀양에 고압 송전탑을 강제로 세우려는 사람, 강정마을 주민을 괴롭히는 사람,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사람,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쏴 죽인 사람, '외인사'를 '병사'로 바꿔 공권력의 폭력을 감추려는 사람, 예술을 억압하고 검열하려 블랙리스트를 만들도록 지시한 사람, 이외에도 셀 수 없는 폭압적 행태에 동조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기록할 것이다.
이 모두를 나만의 블랙리스트에 꼼꼼히 적어 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무대 위에 세울 것이다. 어둠의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잊지 않겠다.
#그런데_최순실은 밥 잘 먹고 다니시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만들고 싶다. 그 연극 한 편이면 그대들의 검은 명단에 내 자랑스러운 이름을 당당히 새길 수 있을 터. 관심 있으면 연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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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과 불온한 예술인, 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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