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다도쿄 고려박물관 하라다 교코 이사장
이윤옥
- 이번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은 제2회 째로 알고 있다. 제1회 전시회 때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제1회 전시회(2014년 1월 29일~3월 30일)를 열었을 때 고려박물관 앞에서 헤이트스피치(주로, 혐한시위를 일컬음)가 여러 번 있을 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다. 그때 나는 전시 기간 중에 헤이트스피치 데모대가 고려박물관에 난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짝 몸을 긴장해서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 전시 기간 중에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보러 와 주었고 3월 8일 이윤옥 선생의 강연회에도 입추의 여지없이 박물관을 채워 모두들 놀랐다.
시화전과 강연회 참석자들에게 고려박물관을 찾은 이유를 설문으로 물어보니 '한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여성은 유관순 정도밖에 모르고 있었기에 그 밖에 어떠한 분들이 있었는지 꼭 알고 싶어서 왔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는 한류의 거리로 알려져 평소 사람들이 많았지만 제1회 전시회 무렵(2104년)에는 헤이트스피치들이 날뛰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상태로 '모두가 몸을 사리던 시절'이었다. 신오쿠보 거리를 나서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느끼던 시절에 정말로 많은 분들이 고려박물관으로 발걸음을 해주었고 이 분들은 헤이트스피치를 반대하는 양심 있는 시민들이었다."
- 이번에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은 2014년에 이어 제2회 째인데 두 번에 걸쳐 전시회를 기획한 까닭은 무엇인가?"극심하던 헤이트스피치들의 활동은 현재는 반헤이트스피치들의 활약으로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서는 거의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변함없이 데모를 하고 있으며 그들의 행위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오쿠보 주변의 가게들이 폐업과 도산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박물관이 세 들어 있는 건물의 1층 한류 가게 <코리아프라자>도 올 7월에 문을 닫았다. 이 가게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한류 가게였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런 영향으로 고려박물관을 찾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한 여성>에 관한 시화전을 재차 열어 일본인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싶어 이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물론 제1회 전시 이후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꼭 알고 싶다>는 사람들의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 한편으로는 신오쿠보의 꺼져가는 한류에 대한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은 일본인들의 간절한 염원도 있어 제2회 시화전을 열기로 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 하'에서도 굴하지 않고 저항한 용감한 한국의 여성들의 비장한 삶의 모습을 돌아보고 싶었다.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발품을 팔아 중국 등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묵묵히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고 있는 이윤옥 선생의 열정에 감동을 받아 제2회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본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현재 일본의 교육에서는 조선침략의 역사에 대해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과거 일본식민 지배 하에서 한국독립운동가들은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바쳐 온몸으로 저항했는데 그러한 사실 자체야말로 일본 식민지배의 잔혹사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제의 침략에 저항하여 온몸으로 저항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알려 일본인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고 싶다."
- 고려박물관은 순수한 시민단체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일본에 알리는 동시에 일본의 침략을 <사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들었다. 일본은 어떻게 <사죄>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가?"우선 침략의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과거 조선에 저지른 일을 이해하지 않고는 진정한 사죄를 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침략의 실상을 알고 '나빴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식이 선행되어야 '사죄'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침략의 역사에 대한 실상을 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성독립운동가을 알리는 일'도 그 방법의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일본에서는 배외주의(排外主義) 풍조(헤이트스피치 곧 혐한시위)가 거칠게 일어나고 있어서 고려박물관의 기획 전시 같은 기회가 거의 없다. 이번 전시회는 그러한 일본의 풍조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다."
- "일본의 한류 붐은 끝났다"라는 말이 있다. 하라다 이사장의 생각은 어떠한가?"이곳 신오쿠보의 한류 붐이 줄어든다는 말에 공감한다. NHK나 기타 방송에서의 한류드라마 편수가 확실히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화려한 '한류붐'이 끝났다고 해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한류드라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K-POP에 관심을 갖고 라이브 공연에 모이는 젊은이들도 많다. 말하자면 지금도 한류드라마는 조용히 저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그 가운데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 한국에 관심을 갖는 사람, 한국의 먹거리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계층이 있다. 아울러 일본인 가운데도 양심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계속해서 일본 내에서의 한류붐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류붐'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앞으로 한일 사이 시민교류도 좀 더 활발히 이뤄져 상호 이해증진이 깊어질 것이다. 고려박물관도 그러한 상황에서 제2의 한류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지도를 부탁드린다."
- 고려박물관의 운영 상황이 어렵다고 들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어려운 것은 재정적인 문제다. 입관자(入館者) 감소와 회원의 고령화 등으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박물관을 꾸려가는 사람들은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다(회계만 제외). 특히 고려박물관이 세 들어 있는 건물주인 <한국광장>은 헤이트스피치의 영향으로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 만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로 어려운 점은 인재 부족이다. 봉사자 전원이 나이가 많다보니 젊은이들에게 매력 있는 박물관으로 탈바꿈 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이들에게도 매력 있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공유하기
여성독립운동가들 시화전, 일본에서 전시하는 이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