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과의 결별' 발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결별하고 친중 노선을 선언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중국을 공식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열린 필리핀-중국 경제포럼 연설에서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과 결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중국 내 필리핀 교민 간담회에서도 "우리는 미국과의 70년 동맹 관계를 끊을 수 있다"라며 "미국과의 협력을 줄이고,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사범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하거나 체포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인권 탄압이라며 비판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을 했고, 이에 백악관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양국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중국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전격 초청, 필리핀과 15조 원에 달하는 경제 협력을 체결하며 손을 내민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필리핀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 국가이자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 국가"라며 "중국은 적극적인 투자로 필리핀의 경제 성장을 돕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었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어려운 사안은 잠시 접어둘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발전은 전 세계가 감탄할 만한 것"이라며 "필리핀의 경제 발전을 지지하는 중국에 감사를 전한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의 우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당혹'...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야"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결별을 선언하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별' 발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어떤 결과를 원하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도 필리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필리핀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말하는 '결별'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라며 "필리핀 정부는 이 발언의 정책적인 의미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필리핀과 긴밀한 외교적 관계를 맺어온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갈등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해 대화에 나섰다.
커비 대변인은 "러셀 차관보가 필리핀 정부 인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맹국들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결별 발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필리핀과의 동맹 관계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며 "양국의 상호방위협정은 바위처럼 단단하며, 앞으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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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폭탄발언... "미국과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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