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중국인, 제주공항 담장 넘어 유유히 빠져나가

등록 2016.10.22 09:14수정 2016.10.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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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계류장과  담장 모습
제주국제공항 항공기 계류장과 담장 모습임병도

중국인이 제주국제공항 담장을 넘어 밀입국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8일 밤 10시 19분 중국인 34살 왕 모 씨는 중국 하얼빈에서 춘추항공 8798편으로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왕 모 씨는 항공기 계류장에서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숨어 있다가, 10시 47분쯤 서쪽 관제탑 인근 2m 담장을 넘어 공항을 빠져나갔습니다. 왕 모 씨는 담장 밖에 있던 공범의 차를 타고 제주 시내로 이동했다가, 19일 오후 1시쯤 오라동 가정집에서 체포됐습니다.

승객이 사라져도 몰랐던 항공사

 제주공항 출국장 모습
제주공항 출국장 모습임병도

왕 모 씨가 공항 담장을 넘어 밀입국했던 사실은 19일 0시에나 알려졌습니다. 제주 출입국관리사무실 직원이 입항보고서에 있던 승객은 180명이었지만, 입국 심사를 받은 승객은 179명이었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하얼빈에서 왕 모 씨가 타고 왔던 춘추항공은 승객이 입국 심사를 받지 않고 빠져나갔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만약 출입국관리사무실 직원이 승객 명단과 입국심사 명단을 대조하지 못했다면 왕 모 씨의 밀입국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중국인이 제주공항을 통해 밀입국하려는 시도는 지난 4월에도 있었습니다. 중국인 A 씨는 중국 상하이 공항을 출발 4월 12일 오후 9시 25분쯤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A 씨는 입국심사를 받지 않고 입국장 내 여자 화장실에서 숨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출입국관리사무실 직원이 입국심사를 받지 않은 A 씨를 찾아 적발했습니다.


항공사는 승객의 출, 도착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항공사가 승객이 사라져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현재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들의 승객 관리가 허술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담장을 넘은 사실을 12시간 만에 발견한 제주공항


중국인 왕 모 씨가 공항 담장을 넘어 밀입국했다는 사실은 오전 10시 30분쯤 CCTV를 확인하면서 발견됐습니다. 무려 12시간 동안 어떻게 공항을 빠져나갔는지 몰랐던 셈입니다.
특히, 중국인 왕 모 씨가 넘은 담장에는 '장력 감지 센서'가 있었습니다. 담이나 철조망을 건들면 경보음이 울리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경보음은 작동하지 않았고, 공항 경비 시스템은 왕 모 씨가 담장을 넘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9월 5일 “현장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한국공항공사
지난 9월 5일 “현장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한국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지난 9월 5일 한국공항공사는 "현장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습니다. 중국인 부부와 베트남인이 인천국제공항의 허술한 보안망을 뚫고 밀입국하면서 불거진 허술한 공항 보안의 재발 방지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다시 제주공항에서 중국인이 담장을 뛰어 넘어 밀입국했습니다. 이는 형식적이고 말뿐인 공항 보안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사라지는 중국인 관광객

 제주도 무사증입국 불법 체류자는 7,234명이고, 제주지역 등록외국인증 불법 체류자는 약 1,300명이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제주도내 불법체류자는 무려 8,500명 이상이다.
제주도 무사증입국 불법 체류자는 7,234명이고, 제주지역 등록외국인증 불법 체류자는 약 1,300명이다.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제주도내 불법체류자는 무려 8,500명 이상이다.임병도

제주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입국합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은 여권을 수거하거나 20~30대 남성을 주목합니다.

단체 관광객 1명~2명이 관광 도중에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비공식 집계로 3년간 2,500명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이런 식으로 사라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도내 불법 체류자는 8500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제주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사증입국 때문입니다.

제주는 2006년 제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에 한해 30일 무비자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무비자입국은 외국인 범죄 증가 등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외국인 범죄와의 전쟁' 제주도, 불법체류자만 8천5백명)

현재 제주도에는 늘어나는 건설 붐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초기에는 육지 노동자들이 많이 왔지만, 저임금 중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까닭에 불법체류 중국인을 고용하는 현장도 많습니다.

밀입국이나 불법체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체계적인 공항 보안 시스템이나 출입국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면 사전에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공항 밀입국 사건이 벌어지면 항상 책임 소재 공방이 따릅니다. 그러나 말로 서로를 탓하기보다, '무사증입국 재검토'부터 '밀입국 알선 조직 수사', '공항 보안 강화', '불법체류자 단속'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제주공항 #한국공항공사 #밀입국 #불법체류자 #중국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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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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