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한국여성민우회는 '1인 가구 여성, 이기적 선택은 있는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여성민우회
단독으로 가구를 구성하는 경향은 젊은 세대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전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혼자 사는 삶의 양식은 더 이상 결혼을 거부했거나 결혼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특유한 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생애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전 생애적 현상이다.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저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7%에 이른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1인 가구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어느새 1인 가구는 한국 사회 전체 가구 중 가장 다수의, 대표적인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1인 가구가 가족을 만들기 전 임시상태가 아니라 보편적인 삶의 형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민우회는 2015년 '할머니 프로젝트'(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머니 걱정 없는 노후를 상상하다)를 통해 40~60대 여성들을 만났다. 현재 법적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20년 후에도 그럴 것이라고 답한 이는 극소수였다. 대부분 혼자 혹은 가까운 친구와 함께 살 것이라고 가정했고, 이미 가족·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고 있었다.
가족보다는 친구를, 돌봄보다는 공부와 독립이란 키워드가 더욱 절실했다. 노후를 막연하게 불안하게 여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개인'으로서 온전히 삶을 영위하지 못한 여성들이 나이듦을 또 다른 기회의 시간으로 여긴다는 것은, 더이상 원가족-결혼-가족이라는 삶의 형태가 '보편'이 아님을 뜻한다. 또한 이는 1인 가구라는 삶의 형태가 독거 노인이나 젊은 세대의 비혼과 같은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Q2. 1인 가구 = 확고한 독신주의?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본 1인 가구 여성들의 삶은 다양했다. 혼자 살게 된 계기도 조건도 모두 달랐다. 원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유지되던 결혼 관계를 끝내면서, 혹은 굳이 결혼할 이유를 못 찾아서 등.
미디어나 기존의 연구는 직업, 학업으로 인해 젊은 연령층이 1인 가구에 유입된 경우를 '자발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또 이혼이나 가족 갈등으로 1인 가구에 유입된 경우를 '비자발적' 선택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자발적/비자발적 선택이라고 하는 구분의 경계는 모호하다. 인터뷰를 보면 독립의 이유는 다양하며, 그 원인이 혼재된 경우가 많다. 스스로 확고하게 선택한 것도 아니고 사회 관계망으로부터 고립된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 1인 가구가 된 이들이 많다.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목표가 굉장히 강했어요. 일종의 장래희망 수준. 부모님이 사이가 굉장히 안 좋으셨어요. 너무 억압적이니까 어머니도 되게 불행해 보이고...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그래서 직장을 잡고 발령을 받자마자부터 월급의 대부분을 적금을 넣어가지고 적금 타자마자 집에서 나왔죠. 가난하고 동생이 세 명이나 되니까 어릴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될 때까지는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살았거든요. 사생활이 전혀 존중되지 않는 상황이었죠. 열심히 목표를 생각했고 '내가 빨리 돈을 벌지 않으면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란 마음이었어요." - 조은지(가명), 46세, 비혼"혼자 살게 된 계기야, 제가 원하는 상대를 못 만나서 그랬다고 할 수도 있어요. 물론 상대방도 그랬겠지만... 몇 번 선도 보고 만나보고 했는데 서로 원한 것들이 안 맞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 시간도 지났고 제가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 크게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꼭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를 만나서 눈치 보고 그러는 게 그냥 싫더라고요. 그래서 결혼 안 하고 혼자 있는 걸 택했죠. 어머님 돌아가시고 그 이후로 오빠 가족하고 좀 같이 있다가 어느 날부터 독립해서 그 이후로는 쭉 혼자서 살고 있어요." - 오미림(가명), 60세, 비혼 Q3. 혼자 사는 여성은 고소득의 세련된 골드미스?설문조사에서 여성들은 '1인 가구'라는 용어를 가장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특이점은, '골드미스'를 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
혼자 사는 여성은 쉽게 소비족, 골드미스로 그려진다. 인터넷에서 '골드미스'를 검색해 보면 "30대 이상 40대 미만 미혼 여성 중 대졸 이상의 학력에 연봉 4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이 가능한 전문직 혹은 대기업 사원, 부동산 혹은 전체 자산 규모가 8천만 원 정도에 이르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이런 조건에 들어맞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흔히 1인 가구 확대의 대표적 원인으로 '여성의 경제 진출 확대'를 꼽는다. 하지만 이 또한 한국 사회의 현실과 어느 정도 괴리돼있다. 경제 영역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20~30대 1인 가구 여성의 월 평균소득은 211.7만 원이다(정규직 238.5만 원, 비정규직 172.7만 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여성임금노동자의 40.3%가 비정규직이며 월평균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62.8% 수준이다. 비정규직 여성의 소득은 남성 정규직의 40%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소득 수준과 열악한 지위를 고려하면, '골드미스'라는 용어가 실제 여성들의 삶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 알 수 있다.
Q4. 혼자 사는 이들의 말로는 고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