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에 임하는 양성용 장례지도사. 굳은 표정에서 진지함이 느껴진다.
조종안
-처음 시신을 관리하면서 무섭지 않았나?"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시체를 봤지만 무덤덤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시신을 보관한 냉장고 옆에서 밤을 새우는 등 담력 키우기 훈련을 하면서 의지로 버티었다. 그리고 선배가 염할 때 옆에서 거들면서 하나씩 배워나갔다. 1~2년 지나자 사고사, 자연사, 변사, 사산아 등의 시신도 거리낌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막연하게나마 예(禮)와 효(孝)를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봉합해야 했고, 변사로 부패한 시신은 훼손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했다. 가족도 없고, 형제도 없는 무연고 시체도 많았다. 경험이 쌓이면서 예와 효를 깨우치게 됐고 시체에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노숙자나 가난으로 자살한 시신은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염습 배운다고 했을 때 아내의 반대가 심했을 것 같은데?"처음 장례식장에 들어갔을 때 아내가 알면 충격받을 것 같아 당분간 숨기기로 하고 사무직에 종사한다고 했다. 아내는 지금도 장례식장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장모님이 얘기해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객지생활 할 때 장모님이 아내와 함께 지냈고, 지금도 모시고 있다. 그래서 몇 년 전 장모님에게만 살짝 얘기했더니 '자네는 죽으면 천당에 갈 것'이라고 했다. (웃음)"
-장례지도사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장례지도사란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 절차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장례 상담, 시신관리(시신 보관, 소렴, 대렴 등), 의례지도 및 빈소 설치, 발인, 매장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요즘엔 보통 삼일장을 치르기 때문에 입관 절차도 사망 후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한다. 이렇듯 하는 일이 복잡 다양하다. 한마디로 장례의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사망하면 입관하기 전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이 사망 직전 입고 있던 옷을 탈의하고 하얀 배냇저고리를 입힌 뒤 칠성판에 뉘어 모신다. 이 과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족이 볼 수 없는 그 전 단계가 더 힘들다. 특히 사고사를 당한 시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라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유족이 봐서 가슴 아프지 않도록 변도 닦아내고, 얼굴에 메이크업도 하고 끈 하나도 정성껏 조심스럽게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검을 돌보는 그 자체가 보람 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