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는 아이...뛰거나, 안 먹거나, 계속 자거나

[내 안에 독을 다스리니 덕이 되고 복이 된 사연] 똑깍인형 딸과 엄마 ④

등록 2016.11.02 15:37수정 2016.11.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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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 < 4살부터 바른 자세 훈련, 부모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에서 이어집니다)


"의로운 자는 일곱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_잠언 24:16.

똑깍인형 : "저는 엄마, 아빠가 하라고 해서 했는데 친구들이 놀려요."
나 : "친구들이 놀려요? 혹시 선생님처럼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았나~~ 선생님은 어렸을 때 손에 뭐가 묻어서 손을 씻었는데 친구들은이 '맨날 손씻는다'고 이상하다며 놀렸어요. 선생님이 소화가 잘 안되어서 매운 것을 거의 못먹었을 때에도 친구들은 '그런 것도 못먹는 바보'라고 놀리곤 했었는데..."

난 똑깍인형이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들을 수 있고 놀림받을 수 있는 상황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다행스럽게도 똑깍인형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속상했던 상황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똑깍인형은 말투, 행동, 손을 씻는 것, 먹는 것, 또래들과 함께 놀지 않는 것 등을 이유로 또래들로부터 다양한 놀림을 받았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 : "선생님도 어렸을 때 마음도 많이 아프고 몸도 아팠었는데 똑깍인형도 많이 아팠겠다."

내가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여리고 하얀 똑깍인형의 손을 잡아주려고 하자, 아이는 재빠르게 피했다. 순간 민망했으나 똑깍인형은 아마도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 많이~ 아주 많이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 사실 그때까지 내가 잡으려 하는 손을 뿌리치거나 내가 안아주려고 했을 때 거부하고 뒤로 물러난 사람(아동*청소년*여성)은 없었다.


나 : "아 창피해! 내가 똑깍인형의 손을 잡으려 하는데 똑깍인형이 손을 피하니까 선생님이 창피해요."
똑깍인형 : "(왜 그러느냐는 듯 무표정)"
나 : "선생님은 서로 손을 잡거나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똑깍인형도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싶어서 손을 잡아주려고 했었던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은 가족들과 자주 손을 잡아요. 아침에 잘 잤느냐고 인사할 때 안아주고 잘 때도 잘 자라고 서로가 안아주거든요~"
똑깍인형 : "저는 안 해요."
나 : "안 해요?"
똑깍인형 : "네."

단호한 대답이다.


나 : "똑깍인형은 아침에 일어날 때 스스로 일어나나요, 아니면 엄마나 아빠가 깨워주시나요?"
똑깍인형 : "엄마가요."
나 : "엄마가 뭐라고 하시면서 깨워주시나요?"
똑깍인형 : "7시다 일어나."
나 : "엄마가 7시다 일어나라고 말씀하시면 똑깍인형은 바로 일어나나요?"

순간 똑깍인형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뒤쪽에 있는 엄마를 한 번 힐끗 보더니 아랫입술을 윗니로 질겅질겅 씹으며 망설인다.

나 : "똑깍인형아~ 선생님은 똑깍인형이 괜찮고 똑깍인형의 엄마가 허락하신다면 나와 똑깍인형 우리 둘이서만 약 15분간 이야기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똑깍인형은 그렇게 하고 싶다는 눈빛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는 똑깍인형의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꺼이 그렇게 하라는 반응을 보이며 대기실로 나가셨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혼내고, 소리를 지르고, 때리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혼내고, 소리를 지르고, 때리기도 한다.pixabay

나 : "선생님은 7살 때 엄마, 아빠가 선생님을 야단치고 혼낼 때 엄마와 친한 옆집 아줌마께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렇게 하면 엄마, 아빠가 싫어하실까봐 안 했었는데^^ 알고보니 엄마, 아빠는 얘기하길 바라셨었단다~"
똑깍인형 : "왜요?"
나 : "왜냐하면~ 사실 선생님은 우리 엄마, 아빠만 아이들에게 야단치고 혼내고 때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한테 소리치고, 혼내고, 또 매로 때리기도 하시더라구~~ 그래서 선생님 엄마, 아빠는 그렇게 하는 게 괜찮다고 하셨었어."
똑깍인형 : "선생님 엄마, 아빠는 무슨 잘못을 하셨는데요?"

'잘못'이란 단어를 꾸욱~ 누르듯 힘을 주어 나에게 물어온다.

나 : "선생님한테 소리 지르시고 또 때리기도 하셨었어. 똑깍인형은 엄마, 아빠에게 혼난 적 있니?"
똑깍인형 : "어렸을 때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아서 무릎이 아파 쓰러졌어요."
나 : "무릎이 아파 쓰러졌었어요?"
똑깍인형 : "(망설이다 내 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한다) 아빠 말 안들으면 무릎 꿇고 앉아서 반성하라고 하셨었어요~"
나 : "무릎 꿇고 오래 있으면 되게 아픈데~"
똑깍인형 : "맞아요. 되게 아파요. 그래서 움직이면 더 오래 있게 했어요."

똑깍인형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어린(4살)아이가 무릎 꿇고 앉아 있는데 똑각인형의 엄마, 아빠는 아이를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집안에서 각자의 일을 보고 있었을 장면을 떠올렸다.

나: "나라면 속상했을 텐데."
똑깍인형 : "저도 그래요."
나 : "혹시 지금도 무릎 꿇고 반성하는 경우가 있니?"
똑깍인형 : "네 ~ 그렇지만 지금은 자주 그러진 않아요."
나 : "그렇구나~ 똑깍인형이 어떻게 하면 무릎 꿇고 있어야 하는데?"
똑각인형 : "엄마가 깨웠을 때 안 일어나거나, 집에서 뛰거나, 반찬 안 먹거나…."

잠잘 때만 빼고 생활 모든 부분에서 부모님 말씀에 바로 "예"라고 대답하지 않고 부모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무릎을 꿇렸던 것이다. 그것도 엄마, 아빠가 합심해서.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무릎을 꿇렸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무릎을 꿇렸다.pixabay

나 : "엄마가 깨울 때 안 일어날 때도?"
똑깍인형 : "한 번은요. 엄마가 7시다 한 뒤에도 제가 일어나지 않고 더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저를 깨우더니 안 일어났다고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서 무릎 끓고 있으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잘 일어나요."
나 : "무릎 꿇고 있는 것보다 엄마가 일어나라고 할 때 일어나는 것이 더 나아요?"

똑깍인형은 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 할 말이 더 중요하고 급한 듯 말을 이어갔다.

똑깍인형 :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엄마, 아빠는 유치원 선생님과 이웃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하라고 하시면서 엄마, 아빠는 그냥 고개만 한 번 숙이고 바로 딴 데 봐요."
나 : "고개만 한 번 숙이고 바로 딴 데 봐요?"
똑깍인형 : "네~ 맨날 그래요."
나 : "그러면 똑깍인형은 이웃 어른들 뵙게 될 때 어떻게 하나요?"
똑깍인형 : "저도 고개만 숙여요."
나 : "'안녕하세요'는 하지 않고요?"
똑깍인형 : "네~ "
나 : "그러면 인사받은 어른들은 어떻게 하셨나요?"
똑깍인형 : "몰라요."
나 : "몰라요?"
똑깍인형 : "신경 안 써요."
나 : "신경 안 써서 무슨 말씀이나 행동을 하셨는지 모른다는 말인가요?"
똑깍인형 : "네~ "

똑깍인형은 그 외에 묻지 않은 일들도 나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최대한 똑깍인형이 속에 담아둔 것을 풀어놓을 수 있도록 들어주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인정해주고, 공감('나는 너를 이해한다'는 의미를 담은 눈빛과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똑깍인형이 어렵고 괴로웠을 상황이었으면 나의 미간을 찌뿌리고)해 주었더니 이렇게 말을 잘하는 것을...

그 어떤 부모가 강압적인 명령만으로 자녀를 대하고, 교육하길 원하겠는가. 그러나 가장 좋은 교육을 시킨다고 선택한 부모의 방법이 똑깍인형을 무감각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왜냐하면 똑깍인형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께 '왜요?'라는 질문도 했었으나 그 질문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깍인형은 부모님과의 관계와 부모님의 교육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배우거나 풍부한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아닌 이중구속(double bind-'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제 똑깍인형의 아빠를 만나보아야 한다.
#로봇 #구속 #마음 #교육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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