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생 "김병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3일 오후 국민대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교수를 총리로 내정한 것은 면피성 인사'라며 "김병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성북구 국민대 민주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권우성
그는 총리가 되면 자신의 권한을 100%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하겠다고 했고, 상설적 협의기구와 협의체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해 책임총리가 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포부는 원대하나 어디까지나 일장춘몽에 불과한 얘기다. 전제부터가 틀렸다. 야당은 현재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과 독선을 비판하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총리가 될 가능성부터가 지극히 희박하다.
책임총리가 된다는 보장 역시 그 어디에도 없다. 박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어쩌면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층층이 쌓여왔을 대통령의 권력욕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는 만무하다.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예의 독단과 독선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음 대선까지는 14개월이나 남았다.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 공화정 체제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며, 제왕적 대통령제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와 박 대통령 사이에는 구원(舊怨)이 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 후보자는 당시 한나라당의 각종 의혹제기와 반대 기류에 휘말려 13일 만에 낙마했다. 박 대통령도 이 과정에 크게 관여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 후보자의 자질 문제와 의혹을 집중 부각하며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그랬던 그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절체절명의 위기 탈출을 위한 구원투수로 영입했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병준을 부정하면 노무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가증스러운 멘트까지 날렸다.
갑작스러운 변심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터. 일련의 상황은 김 후보자를 총리로 지목하게 된 배경을 능히 짐작하게 한다. 개각과 비서진 교체 등의 인적 쇄신을 통해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야권 성향의 인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사로까지 불렸던 김 후보자는 이런 대통령의 심중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이 사실을 김 후보자가 모르고 있을 리 없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회복불능에 빠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거나 추천해 놓고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정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 무렵 김 후보자는 국민의당으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고 고심하던 터였다. 그랬던 그가 불과 며칠 사이에 박 대통령의 총리직 제안을 전격 수락해 버렸다. 김 후보자의 변심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민심과 야당의 보이콧, 오판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