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남소연
새누리당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을 놓고 공조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갈라치기' 하려다 '이정현 지도부' 사퇴 문제를 놓고 맞서고 있는 당내 내홍 상황만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제가 오늘 국민의당 (색깔) 넥타이를 일부러 매고 왔다"면서 오는 12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기로 한 두 야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당 소속 김영환 전 사무총장과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발언을 적극 활용했다.
우선, 그는 "김 전 사무총장이 '장외투쟁은 창당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사퇴했다. 저는 그의 문제인식에 공감한다"라며 "야당이 장외투쟁을 잘 마치고 다음 주부터는 거국중립내각 구성 협의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 국무총리에게 국군통수권·계엄권까지 넘기고 국정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정치적 다툼은 헌법 안에서 해결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총리에게 넘겨라, 정치적 하야를 선언하라는 위헌적 주장이 두 야당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다"면서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어제 존경하는 박주선 부의장께서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혜안을 갖고 계시다고 판단한다"면서 "박 부의장은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내려놓으면 그 자체가 헌정중단을 초래하고 국민이 만들어준 권력을 선거나 개헌을 통해서 아니라 통째로 권력을 탈취하려는 자세가 옳지 않다'고 했다. 너무나 맞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부의장은 '대통령의 불통을 수도 없이 지적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과도 대화하라던 야당이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야당이) 다음 주부터 거국중립내각 협의 테이블로 나오기를 기대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자신이 전날(10일) 주장했던 '선(先) 임종룡 경제부총리 인사청문절차 실시' 제안에 대해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인용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어제 제가 제안했던 임종룡 인사청문 협의를 단 칼에 거부했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이런 졸속 결정을 남발하고 있는가"라면서 "안철수 전 대표도 저희 당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대선주자라면 무릇 이런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야당 내부의 발언, 특히 국민의당 인사들의 말을 적극 활용해 야권의 공조 대응 체계에 균열을 내고자 한 것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박명재 사무총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논지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러한 의도에 부응했다.
김태흠 "정진석, 최고위 불참해서야 무책임하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진 발언들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균열만 돋보이게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의원은 "개헌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대통령제로 가면 또 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든다"면서 '이정현 지도부' 퇴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 당에서도 당권을 놓고 싸움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된다"면서 "(이정현) 당대표도 결정해야 한다. 야당에서 당대표와 협상하지 않으려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