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갈라치기' 하려다 '내홍' 드러낸 새누리

국민의당 내 '이견'으로 야권 균열 시도했지만, '지도부 사퇴' 갈등만 노출

등록 2016.11.11 11:11수정 2016.11.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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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남소연

새누리당이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을 놓고 공조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갈라치기' 하려다 '이정현 지도부' 사퇴 문제를 놓고 맞서고 있는 당내 내홍 상황만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제가 오늘 국민의당 (색깔) 넥타이를 일부러 매고 왔다"면서 오는 12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기로 한 두 야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당 소속 김영환 전 사무총장과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발언을 적극 활용했다.

우선, 그는 "김 전 사무총장이 '장외투쟁은 창당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사퇴했다. 저는 그의 문제인식에 공감한다"라며 "야당이 장외투쟁을 잘 마치고 다음 주부터는 거국중립내각 구성 협의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 국무총리에게 국군통수권·계엄권까지 넘기고 국정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정치적 다툼은 헌법 안에서 해결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총리에게 넘겨라, 정치적 하야를 선언하라는 위헌적 주장이 두 야당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다"면서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어제 존경하는 박주선 부의장께서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혜안을 갖고 계시다고 판단한다"면서 "박 부의장은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내려놓으면 그 자체가 헌정중단을 초래하고 국민이 만들어준 권력을 선거나 개헌을 통해서 아니라 통째로 권력을 탈취하려는 자세가 옳지 않다'고 했다. 너무나 맞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부의장은 '대통령의 불통을 수도 없이 지적했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과도 대화하라던 야당이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야당이) 다음 주부터 거국중립내각 협의 테이블로 나오기를 기대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자신이 전날(10일) 주장했던 '선(先) 임종룡 경제부총리 인사청문절차 실시' 제안에 대해서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인용하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어제 제가 제안했던 임종룡 인사청문 협의를 단 칼에 거부했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이런 졸속 결정을 남발하고 있는가"라면서 "안철수 전 대표도 저희 당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대선주자라면 무릇 이런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야당 내부의 발언, 특히 국민의당 인사들의 말을 적극 활용해 야권의 공조 대응 체계에 균열을 내고자 한 것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박명재 사무총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논지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러한 의도에 부응했다.

김태흠 "정진석, 최고위 불참해서야 무책임하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진 발언들은 오히려 새누리당의 균열만 돋보이게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의원은 "개헌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 대통령제로 가면 또 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든다"면서 '이정현 지도부' 퇴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 당에서도 당권을 놓고 싸움하는 것처럼 비춰지면 안 된다"면서 "(이정현) 당대표도 결정해야 한다. 야당에서 당대표와 협상하지 않으려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김태흠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정현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김태흠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소연

이에 친박 김태흠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이정현 당대표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를 힐난하고 나섰다.

그는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최고위에서 당내 모든 문제에 대해서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면서 "최고위는 불참하고 원내대책회의는 주재하고 이것이 얼마나 모순이고 무책임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대표와) 생각을 달리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 협의하고 최고위에 나가서 역할을 하는 것이 본분"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두 가지 다 하지 마시고 직을 내놓으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관련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절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원내지도부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어제 늦게서야 알게 됐다. 야당은 12명이 질의하는데 우리는 단 1명도 없다. 이게 (원내지도부의)전략·전술인지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도부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현 대표가 직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비주류들이 당대표 사퇴하라며 사태수습 방안, 로드맵 없이 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비박 성향의 김영우 의원이 이를 곧장 맞받았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그는 "기왕에 말이 나왔기 때문에 말을 드린다"라면서 "김태흠 의원이 비주류의 지도부 사퇴 요구에 다른 의견이 있으신 줄 알지만 현 지도부가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많은 의원들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즉, 비주류만이 이정현 당대표 등 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정 원내대표가 "의원님들의 충정은 잘 받아들이겠다. 그렇지만 원내대책회의는 당무상황을 논의하는 회의는 아니다"고 정리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원내부대표인 김명연 의원은 "주류, 비주류 이런 표현을 써가면서 굳이 국민들에게 기싸움 하듯 보이는 것을 즐기는 정치인들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누가 주류고 비주류인가. 우리 스스로 그런 것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나"라면서 "이런 것이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제일 많을 것이다. 우리 내부의 문제는 우리끼리 제발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비주류 "지도부, 현안질의 기회 안 줬다", 정진석 "이틀 간 질의하자고 해서..."

한편,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이날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 단 1명의 질의자도 선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주류(비박) 쪽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비박 성향 하태경 의원도 기자들을 만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안질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현안질의 있으니 신청하라는 공지를 안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해체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질타했다.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에서 활동 중인 오신환 의원도 "(긴급현안질의) 공지가 전체적으로 없었다. 의원들이 현안질의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야당 지도부에서 (긴급현안질의를)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참가하겠다고 하니까 또 (긴급현안질의를) 이틀하자고 해서 (여당이 불참하고 야당만 참여해서) 하루만 하는 걸로 양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최순실 #이정현 지도부 사퇴 #긴급현안질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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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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