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5명(왼쪽부터 최홍재, 김상민, 김진수, 이준석, 이기재)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13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유성애
14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층 새누리당 당대표실 앞. 얕은 은박 돗자리를 깔고 새누리당 원외 당협위원장 5명(김상민·김진수·이기재·이준석·최홍재)이 앉아 있었다. "이정현 대표 사퇴! 비대위 즉각 구성!"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든 이들 머리 위 벽에는 '이정현 대표 사퇴 촉구 단식 농성'이라고 큰 글자가 찍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13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이 대표를 만나 즉각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후 '거국중립내각 구성 후 사퇴' 그리고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수습안으로 내놨다. 즉, 이들을 비롯한 비주류(비박근혜)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석(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전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이미 3주간의 기회를 줬으나 그간 지도부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혁신 의지도 소통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라며 재차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이정현 대표의 '조기 전당대회' 수습안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이 대표의) 조건부 사퇴는 정치공학적인 선택이자 저열한 방식의 꼼수"라고 말했다. 또한 "조기 전대는, 이정현 대표 말대로라면 그 기간은 본인이 (대표로) 버티게 해달라는 요구인데 현 상황에 비해 매우 안일한 인식"이라며 "이 대표의 그런 모습은, 오히려 사태 해결에 부적격한 당 지도부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여권 내에서도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 제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하야와 탄핵 중 오히려 탄핵이 덜 혼란스러운 방법이다, (탄핵이) 헌법 절차에 맞게 질서 있는 후퇴의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비대위원 등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함께 단식농성 중인 당협 위원장들의 답변도 함께 실었다.
"자기희생 하지 않는 지도부, 실망스러워... 더 기회 놓칠 수 없어 단식 나섰다" - 단식 농성에 나서게 된 이유는.이준석: "일단 지난 3주간 당 지도부가 보여준 자기 혁신 의지는 객관적으로 봐도 좋지 못했다. (저희가) 당 지도부에 여러 경로로 제언도 하고 진심어린 고언도 했던 상황이고, 또 토요일(12일) 있었던 민심을 반영해서 어제 지도부가 전향적인 결과를 낼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실망했다.
어제 이 대표가 말한 결과물은 회의를 통해 나온 결과였겠지만, 지금 위기 상황에 비춰봤을 때 국민들이나 당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특히 (이 대표가 말한 조기 전당대회 시점인) 1월 21일까지 사퇴, 즉 기한을 두거나 '총리 지명 후 사퇴' 등 조건부를 내건 사퇴는 정치공학적인 사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대표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게 됐다.
사실 저희 원외 위원장들끼리 워낙 친하니까, 아이디어 차원에서 단식이 언급된 적은 있었지만, 단식까지 해야 될 정도로 당 지도부가 자기희생적인 판단을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당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나서 달라졌다. 지금까지도 많이 실기(失期)해 왔는데, (비상시국회의) 성명 동참 그 이상으로 뭔가를 더 보여주지 못하면 또 실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조건부 사퇴는 정치공학적 선택이라는 말을 풀어 설명하면?이준석: "우선 당 지도부가 1월 21일 기한을 잡은 데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이 대표가 어제 전당대회 치르려면 60일 정도 준비기간 필요하다면서 기한을 그렇게 잡았다고 설명했는데, 그렇게 계산한다 하더라도 만약 어제 당장 사퇴하셨다면 조기 전대가 올해 내에 개최될 수도 있었다. 근데 그걸 또 한 달 늦춘 것 아닌가.
따지자면 '여야 총리 지명' 후 사퇴하겠다는 것도, 야당 측이 이정현 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어려운 문제다. 총리 지명 이전에 당 지도부가 쇄신하는 것도 총리 지명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자기반성적 모습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여야 협상 한다는 것도 국민들에게는 안 좋게 비칠 수 있다."
김상민: "저희가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것의 핵심은, 현재의 당 지도부는 이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지 수습을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지도부가 뭘 할 수 있나? 집행력과 실행력이 없는 지도부인데도 계속 가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과 싸우겠다는 거다.
또 (이정현 대표는) 조기전대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당대회를 통해서 진박을 당선시켜 정당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책임져야 할 대상은 이 대표를 포함한 소위 '진박 그룹', 호가호위 한 사람들인데 (조기전당 대회 한다는 건) 이 그룹이 얼굴만 바꾸겠다는 것 아닌가? 이정현 대표는 내몰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 이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해법으로 얘기했는데 동의하나. 이준석: "조기전대는 당연히 반대한다. 해결을 위해 이미 3주간의 기회를 줬지 않나. 이 대표가 주장하는 '수습 후 사퇴' 원칙대로 지난 3주간의 수습 기한을 줬는데 그 기간 어땠나. 진지한 자세 혹은 가능성이라도 보여줬다면 우리도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퇴를 요구하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지도부가 수습 주체로서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기재: "결국 (조기 전당대회는) 권력유지용, 시간벌기용 꼼수에 불과하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없애겠다는 것이고, (조기 전대에서) 당 대표가 뽑히면 그 즉시 경쟁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비박(근혜)계'를 분열시키려는 꼼수로 아주 나쁜 방식이다."
"조기 전대 해법, 저열한 방식... 현 상황에선 탄핵이 절차에 부합"- 이 대표가 비상대책위 구성이 아닌 조기 전대를 해법으로 내건 것은 어떻게 보나."(이기재 당협위원장 말에 고개 끄덕이며) 저열한 방식이다. 만약 이정현 지도부가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었다면, 조기 전대의 진정성을 확보하려 했다면 1월21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날짜를 정하지 않았을 거로 본다. 그렇게 말한 날짜대로라면 결국 70~80일 뒤에 전대를 하겠다는 건데. 무슨 비상대책위가 70~80일 뒤에 나오나. 그게 무슨 비상대책위인가. 말이 안 된다.
또 비대위 구성과 조기전대가 다른 점은, 비대위는 즉각 구성가능하고 당권 대권 분리 규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 비해, 조기 전대는 이정현 대표 말대로라면 60일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그에 따라 그 기간 본인이 (대표로) 버티게 해달라는 요구다. 지금 이 시급한 상황에 그 정도의 안일한 인식으로는… (어렵다). 사실 어제 모습은, 오히려 사태 해결에 더 부적격한 지도부라는 걸 증명한 게 아닌가 싶다."
- 김무성 의원은 '탄핵'도 언급하는데,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내에도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본인 의견은.이준석: "일단 (5명) 여기 동지들 의견과는 상관없이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시점에서는 하야보다는 탄핵이 오히려 질서 있는 후퇴 같은 모양새가 돼 버렸다. 왜냐하면, '진박' 지도부가 맹목적인 대통령 결사옹위의 모습을 보이면서, 제때에 처방이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시위가 계속 격화되고 하면 결국 강제로 하야하는 모습밖에 없다.
그건 법 절차대로 진행되는 탄핵보다도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어쨌든 정국 수습의 카드(해법)라는 게 처음에 당 지도부가 많은 걸 내려놓고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오히려 탄핵이 더 절차에 맞는 방법이라고 보이는 착시효과까지 일어났다. 결국 (탄핵 여론은) 당정청 중 그 어느 누구도 희생하는 모습이 없었기 때문에 국민 분노를 잠재우지 못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 탄핵안이 발의돼 진행되면 현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정 대행할 가능성 높은데,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이준석: "저는 뭐 아직까지 우려가 거기까지 닿지는 않았다. 탄핵 이후 상황에 우려하는 심정도 이해하지만 거기까지 모든 변수 고려해서 판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 어쨌든 당에 책임 있는 당협 위원장으로서 판단하기에는, (당 지도부가)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 이후까지 판단해 얘기하는 것은 지금의 저희 목표를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
- 1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는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이준석: "저는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단식 농성 나선 위원 5명 중 3명이 당시 현장에 참석했다고 말했다-기자 주) 제가 12일에 안 간 건 솔직히 그 날이 끝이 아니리라는,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3일 있을 비상시국회의에 대해서 고민하는 상황이었다. 오는 17일, 수능이 끝나면 오히려 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볼지도 모른다.
제가 어제 이정현 대표와 만나 마지막에 그런 말씀 드렸다. '3주 전에 이런 상황 될 거라고 예측하셨나, 다음 주에 무슨 일 일어날지 예측하시냐'라고.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두 예측을 모두 못하셨다고 생각하고. 안타깝지만 그래서 지도부 사퇴가 더 즉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별 말이 없었다. 원래 듣고 말씀을 잘 안 하셔(웃음). 준비된 말씀만 하신다."
- 단식 농성은 당 지도부가 사퇴할 때까지 진행되나.이기재: "저희가 죽거나 지도부가 사퇴할 때까지다."
김상민: "저는 현재 폐렴상태다. 사실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안 가고 약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 어찌 됐든 이제 동지들 뜻이 모여서, 저도 하루든 뭐든 시작을 함께하고자 했다. 일단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려고 한다."
이준석: "현역 의원님들도 릴레이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조를 짜서 릴레이 형식으로 (단식에) 동참해주신다고 한다. 장소도 여기 본청에서 할지 새누리당 당사에서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정현 당대표는 (단식) 시작할 때 뵌 뒤로는 못 봤다. 당대표 비서실 쪽에서 연락이 오긴 했는데 입장 해명 정도였고, 저희 의견이 관철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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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 상황에선 대통령 탄핵이 절차에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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