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버티기'에 새누리당 쪼개지기 일보 직전

비주류 '비상시국준비위'로 당내당 구성 착수... 이정현 "당 해체 발언 자제해야"

등록 2016.11.14 11:20수정 2016.11.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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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됐던 '이정현 지도부 사퇴'가 연거푸 거부되면서 주류(친박근혜)와 비주류(비박근혜) 간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14일 사실상 분당(分黨)에 가까운 내홍 상황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시됐던 '이정현 지도부 사퇴'가 연거푸 거부되면서 주류(친박근혜)와 비주류(비박근혜) 간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된 상황이다. 이정현 당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는 전날(13일) 거국중립내각 구성 후 사퇴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을 주장하며 '즉각 사퇴' 요구를 거부했고, 비주류 측은 같은 날 비상시국회의를 띄우며 사실상 '당내당(黨內黨)'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같은 내홍은 이날 역시 재연됐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초·재선 의원들을 연달아 만나 조기 전대 등 자신의 수습안을 설득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 '비상시국회의' 참석자들은 이 자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무시 전략'을 쓰고 나섰다. 이와 함께 서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정현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남소연

'친박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하야 주장은 물론 당 해체까지 주장한 비주류를 비판했다.

이정현 당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럴 때일수록 애국심과 애당심으로 동요하지 말고 국민과 당 구성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 사죄하는 자세로 새롭게 신뢰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교훈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즉, 비주류를 향해 애국심과 애당심을 발휘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당의 많은 구성원이 충정을 갖고 이런저런 의견을 주셨고 다 소중한 의견들이지만 이제는 새롭게 출발하려는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모두가 단합해야 한다"라면서 '조기 전대' 카드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특히 당의 해체나 이런 말씀들은 좀 많이 자제하고 신중하게 말해주셨으면 한다"라며 비주류의 당 해체 후 재창당 주장에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지금 이 당은 그야말로 많은 역사가 있는 당이고 많은 선배들이 정말 피와 땀과 눈물로써 일궈온 당이다. 전국 수백만 당원들이 정말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켜내기 위해 만든 당"이라며 "이런 당을 해체한다, 없앤다 이런 말들은 좀 자제하고 당원, 선배들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뼈를 깎아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집중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당 쇄신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자기 스스로의 반성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은 지금 이 사태에 있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한 반성부터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내에서 대통령에 대한 탈당과 하야와 탄핵에 대한 얘기를 하시는 분들 계시는데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부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라면서 "그 분들이 진정 대통령 탄핵·하야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 따져묻고 싶다"고 말했다.

최연혜 최고위원도 "국정 정상화를 조속히 이뤄내는 것만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 당부터 단합해야 한다"라면서 "어제 지도부가 우리 당의 쇄신과 단합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각자 목소리를 중단하고 당내 화합과 수습의 길을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무성 "당원 다수 불신 받는 지도부, 또 위기 모면하려 꼼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비주류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 다수의 불신을 받고 있는 현 지도부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 것은 결국 또 이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현 지도부가 내년 1월 21일을 전당대회 시점으로 못 박으면서 친박 측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앞세워 당권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중요한 결정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지도부가, 자기들끼리 모여서 결정한다는 것은 정당 윤리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권·대권 분리를 명시한 당헌을 개정해 대권주자도 당대표 경선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당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 있었다"면서 "현 체제 하에서는 어떠한 변신도 국민들이 진심으로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오전 정병국·김재경·나경원·김세연·이종구·이학재·장제원·하태경·오신환·김현아 의원 등과 함께 당 '비상시국준비위' 출범을 논의한 황영철 의원 역시 이날 회동 직후 브리핑을 통해 "어제 발표한 이정현 대표의 전당대회 계획안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 즉각 철회하라는 것이 저희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마치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은 이 대표가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여당 대표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인데 국민과 당원, 저희의 추인을 받지 못하는 대표가 그에 참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면서 "당의 목소리를 대표할 다른 분들이 참여하게끔 길을 터주도록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절차 착수에 대해서는 "그들만의 잔치를 하겠다는 건데 어느 국민과 당원이 동의하겠나. 현실을 똑바로 보고 지금 무엇을 해야 입버릇처럼 애기했던 대통령을 위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라면서 "100만 국민의 목소리와 함성을 그들만 못 듣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황 의원은 '비상시국준비위'를 통한 '당내당' 구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당 지도급 인사와 시도지사 등을 포함하는 대표자회의 형태로 운영을 하기로 했다"며 "실무위가 전반적인 운영과 관련해 논의하기로 했는데 수요일(16일) 오후 2시에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에서 초·재선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서는 "오늘 (비상시국준비위) 참석한 재선의원들은 오후 3시 당대표가 초청한 회의에는 불참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김무성 #최순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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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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