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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앞까지 간 시민들, 경찰과 대치 1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3차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종로구 내자동 로터리에서 청와대로 진격하기 위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00만이 모였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이날 물리적 폭력으로 다친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을 들어 '평화로운 시위'였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광장이었을까? 사실 '평화롭다'는 관점은 철저히 성인 남성 중심의 입장이며 청소년, 여성, 장애인, 비흡연자를 배제한 것이다.
집회가 끝난 후 SNS 상에서는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의 성추행 피해 제보가 잇따랐다. 5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해 연행되었다는 보도는 한 건에 불과했으나 상당수 여성들이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가는 성추행인 '슴만튀/엉만튀'를 겪었다. 심지어 'SNS에 자녀가 교복입고 행진하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며, 앞으로 집회를 보내면 보디가드 역할을 해야겠다'는 부모의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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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상에 올라온 여성청소년 성추행 사례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례 제보가 잇따랐다. ⓒ 페이스북 메르스갤러리저장소3
이번 국정문란 사태의 주범인 박근혜-최순실를 비판하며, 그들의 성별을 들먹이는 행태를 집회 현장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집회 참여 중 박근혜를 'XX년', 최순실을 '강남아줌마', 정유라를 '김치녀'로 비난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심지어 '정신병원이나 가라'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에 대한 시각은 어떤가. 청소년 역시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비청소년과 함께 동등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이러한 청소년의 움직임을 두고 "청소년은 가만히 있어",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집회는 왜?"라는 반응이다. "청소년이 대견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기에 칭찬 또한 청소년을 배제하는 표현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도 찾기 힘들었다. 12일 광화문 광장은 도시 전체가 '흡연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흡연과 비흡연 구역의 구분이 무의미했다. 비율로 따지면 비흡연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겠지만 모든 이들이 담배연기에 시달렸다. 청소년 일행과 거리에서 김밥으로 식사를 때우는 중에도 바로 옆에서 담배연기를 맡을 수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흡연하는 시민들은 냄새의 영향력은 끼치더라도 그나마 점잖은 편이었다. 집회가 진행되는 광장 한복판이나 행진 중인 대오의 일원이 담배를 피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100만 명, 국민 50명 중 1명이라는 놀라운 숫자가 '박근혜 하야'로 대동단결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평화로운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명명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광장에서 왜 여성과 남성, 청소년과 비청소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평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현재의 광장은 소수자를 배제하거나 조롱하는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려면, 부패한 권력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그 과정은 필히 민주적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광장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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