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으로 구한 첫 번째 집
이명주
이번 여행은 최대 반 년 일정이다. 경비를 아끼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으로 첫 숙소를 구했다. 카우치서핑은 자신의 집 일부 또는 전체를 다른 여행자와 함께 쓰는, 근래 유행하는 '셰어하우스' 일종이다. 돈 대신 서로간의 신뢰와 배려가 필수다.
그런데 '오 마이 갓!', 열흘간 묵기로 한 집과 집주인이 심상치 않았다. 집은 불특정 다수 손님이 오가는 타투 작업실을 겸하고 있었고, 내가 쉴 곳은 바로 그 공간 한편에 이름 그대로 카우치(couch, 긴 의자) 하나였다. 심히 낡고 위생이 의심되는.
더욱 심각한 것은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연거푸 담배 세 대를 피웠고, 그의 말대로면 대개 취침 시각인 새벽 3시까지 그럴 거라고. 머릿속이 지끈한 동시에 바빠졌다. '여기 말고 나를 재워주겠다 했던 또다른 카우치서핑 숙소가 지금도 유효할까', '이대로 가도 될까' 하면서.
▲두 번째 카우치서핑 집주인을 기다리며.
이명주
결국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서둘러 나를 초대했던 다른 현지인에 연락을 했다. 곧바로 긍정적인 답이 왔고, 위치도 지하철로 10여 분 거리였다. 까만 밤, 낯선 동네에서 낯선 이를 기다리며 '자고 싶을 때 잠잘 수 있는 것도 큰 복이었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카우치서핑 아파트. 좀 전과 비교하면 과장 보태 궁전 격이다. 나만을 위한 일실이며, 그 안에 커다란 침대, 옷장 하나씩이 있다. 침대에 머리카락이 몇 올 보이지만 그쯤이야. 화장실에 물때와 각종 얼룩이 가득하지만 뭐 또 그쯤이야. 일단 오늘(11월 9일)은 여기까지.
<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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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또 한 번의 여행을 11월 9일부터 시작합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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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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