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원군' 종편, 대통령에 등 돌렸다

[언론포커스] 향후 분노한 시민사회의 이익 대변할 언론과 정치 집단 부상 가능성

등록 2016.11.16 16:38수정 2016.11.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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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세번째 '박근혜 퇴진 대전시민 촛불행동'이 15일 저녁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300여명의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박근혜 퇴지', '새누리 해체', '조기대선 실시'를 외쳤다.

열세번째 '박근혜 퇴진 대전시민 촛불행동'이 15일 저녁 갤러리아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개최됐다. 이날 300여명의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박근혜 퇴지', '새누리 해체', '조기대선 실시'를 외쳤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혁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상전벽해의 변화가 단시간 내에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종편의 긍정적 역할이 돋보인다.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에서 나온 문건의 내용을 보도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자신의 과오 일부를 자백했다. 상황은 급전직하로 전개되고 대통령 지지율 5%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군'에게 '칼' 겨눈 종편

게이트 폭로가 진행되면서 지상파TV가 여전히 청와대 눈치를 보는 듯 하나마나한 보도를 한 반면 종편 채널은 대담 프로 등을 통해 재탕, 삼탕 보도하면서 의혹 규명에 목마른 시청자의 궁금증을 충족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만들어 놓은 종편 채널이 박 대통령 몰락을 재촉하는 칼잡이로 변신했다고 할까. 

게이트 폭로 전, 대부분의 종편은 JTBC를 제외하고 모두 '박비어천가'를 부르는 청와대의 강력한 지원군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거짓 담화 이후 전 종편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치부를 들춰내고 각인하고 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의 인파가 몰린 11월 12일 광화문 집회와 시위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공식적인 탄핵 선언이다. 이후 여야나 일부 종편은 박 대통령이 임기 이전에 하야를 하느냐 아니면 탄핵으로 임기를 거의 채우는 쪽으로 가느냐를 놓고 견해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미 생명을 다한 대통령으로 전락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화염병 세례' 걱정하게 된 지상파TV

이번 게이트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제도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의 한국적 특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종편 채널의 게이트 보도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지상파TV 소장파 언론인들이 사장 퇴진 주장 등을 하면서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KBS, MBC 경영진은 쇠귀에 경 읽기의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는데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지상파TV 젊은 언론인들은 4·19 혁명, 광주항쟁에서 일부 언론사가 불탄 사례를 들어 향후 어느 지상파TV가 화염병 세례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종편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 악법에 의해 태어나서는 안 될 방송으로 지탄의 대상이었지만 게이트 국면을 거치면서 화염병 맞을 걱정은 크게 안 하는 분위기다.

'최순실 이후' 언론의 숙제


이번 게이트 사태가 일단락된 뒤의 언론의 지형은 어떻게 될까? 이른바 권선징악이 될까, 아니면 언론이 제 기능을 회복하는 정상화가 실현될까? 이 질문은 지난해 이후 영국 브렉시트, 미국 대선의 샌더스, 트럼프 돌풍과 콜롬비아 내전 평화협정 부결, 한국의 4월 총선 등에서 나타난 유사 현상에 주목하면 그 해답이 보인다.

이들 국내외 사례의 공통점은 주류 언론이 기성정치권의 지향성을 지지하는 보도 논평에 주력했으나 빗나갔고 여론조사 결과가 현상의 점검과 전망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 등이다.

이런 현상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SNS의 대중화 속에 출현한 21세기형 사회적 변화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이런 변화는 1%의 기득권층에 대한 99%의 반발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이런 변화 속에서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면서 게이트 청산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도 가속화될지 모른다. 이번 게이트는 개발독재자 박정희 향수로 무장한 30%의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이 와해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한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 집단과 언론의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집단이나 제도권 언론은 여전히 과거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있어 그런 변화를 적극 담아낼 것 같지 않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챙기는 구태를 반복하고 많은 언론은 선정주의, 황색저널리즘에 여전히 매몰된 채 사회적 파수견이나 목탁, 소금과는 거리가 멀다. 자본주의 체제 속의 민주주의 사회가 병들게 만드는 언론은 반체제 언론으로 규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반사회적 언론, 그 종사자들을 어떻게 가려내 청산할 것인가 하는 것도 큰 숙제다.
덧붙이는 글 '언론포커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격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동민(단국대 외래교수),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평호(단국대 교수), 박태순(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이용성(한서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정환(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장행훈(언론광장 공동대표),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 말
#박근혜 게이트 #언론 지형 #언론 숙제 #종편 변화 #언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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