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정문 앞에서새벽, 교장선생님을 응원하며 사진 한 컷
한아름
전남 고흥 녹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몇 년 전부터 인근 인문계 고등학교인 고흥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함께 치러왔습니다. 20km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두 학교, 이렇게 수능시험을 보러 갈 때면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그 20km의 거리를 달려가신다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뿐이죠. 이렇게라도 우리 학생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17일 새벽 5시 20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몇몇 기숙사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스며드는 한기에 몸이 떨렸습니다.
잠시 후에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둠을 뚫고 나오는 강한 손전등 빛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벌써 사전답사를 다 마치셨다는 교장 선생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도양읍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를 좋아하셨습니다. 관사에서 출발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 위를 뛰는 것을 좋아하셨죠.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어쩌다가 달리게 되셨는지.
교장 선생님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하는 훈련을 힘들어하는 딸을 보며 교장 선생님은 딸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항상 함께 운동장을 달렸다고 합니다. '딸, 할 수 있어!'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다 보니 재미를 느껴 이렇게 달리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자, 누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을 위해 가지 않은 학교도 갔다고 처리해주고, 딸을 위해 '말'도 사주며, 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줬던 그녀와는 다르다는 생각. 그리고 진정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