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서평] 세상을 만드는 분자 <산소>

등록 2016.11.21 10:53수정 2016.11.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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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참 뜬금없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누구는 말장난 삼아, 누구는 정말 진지하게 한 번쯤은 해 봤을 질문입니다. 쉬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달걀이 먼저랍니다.

따라서 닭이 진화하도록 이끈 유전자 변화는 두 성세포 중 하나 또는 양쪽 모두에 일어난 것이고, 이 둘이 모여 수정란이 된다. 그러니까, 최초의 닭이 부화해 나온 달걀은 닭이 아닌 새가 낳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확실히 달걀이 먼저 나온 것이 된다. - 427쪽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논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역사와 진화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정의하기 위한 내용은 아닙니다.

산소의 모든 것 알려주는 <산소>

 <산소> / 지은이 닉 레인 / 옮긴이 양은주 / 펴낸곳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 2016년 10월 31일 / 값 28,000원
<산소> / 지은이 닉 레인 / 옮긴이 양은주 / 펴낸곳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 2016년 10월 31일 / 값 28,000원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산소>(지은이 닉 레인, 옮긴이 양은주, 펴낸곳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는 산소,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동물도 이것 없이는 단 몇 분 이상을 생존할 수 없게 만들 만큼 중요한 산소에 대한 내용입니다.

산소, 세상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의 생사면탈권을 쥐고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지만 어느 누구도 일상생활을 하며 이 중요한 산소를 진지하게 의식하며 살지는 않을 겁니다.

산소가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게 우스꽝스럽거나 유별나다고 생각될 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게 산소입니다.


그냥 태고부터 당연히 있었던 것, 없으면 못 사는 것, 맑으면 좋은 것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산소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산소는 태초부터 있었던 게 아닙니다.

45억 년 이전, 지구가 생기던 태곳적 그때는 산소가 없었습니다. 산소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농도가 달라지며 생태계에 영양을 미쳤습니다. 석탄기에는 날개폭이 50센티미터나 되는 잠자리와 하루살이가 있었고, 길이가 1미터가 넘는 노래기들이 있던 때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산소 농도가 높으면 좋고 산소 농도가 낮으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산소농도는 유독합니다. 허파에 손상을 입히고, 발작을 일으키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죽게 만듭니다.

태초에는 산소가 없었다. 하지만 자외선과 물이 있었다. 오존층이 없었기 때문에 공기와 바다 표면에 쏟아지는 자외선은 지금보다 적어도 30배는 더 강했다. 자외선은 물을 쪼개 반응성 강한 중간 생성물을 만든다. 우리가 호흡을 할 때도 똑같은 물질이 생기는데, 바로 수산화라디칼, 과산화라디칼, 과산화수소다. 이 불안정한 중간 생성물들은 서로 반응하기도 하고 물과 반응하기도 하면서 수소와 산소를 만들었다. - 433쪽

이쯤 되면 '산소의 역사'가 궁금해집니다. 산소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도 궁금해지고, 산소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당연히 궁금해집니다. '산소는 독일까 아닐까?'하는 의아심도 생깁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산소

이 책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산소에 관한 내용입니다. '삶과 죽음'으로 뭉뚱그린 표현 속에는 건강, 수명, 노화 그리고 진화까지가 다 포함돼 있습니다. 생물이 어떻게 산소를 만들어 냈고, 거기에 적응했는지, 지구 생물이 과거에 어떻게 진화 했으며 그 미래는 어떠할지, 또 에너지와 건강, 질병과 죽음, 생식과 재생에 대해, 그리고 우리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공기 중 산소농도가 21%이지만 35%나 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구 공기 중에 산소를 내보내는 중요한 원천은 광합성입니다. 쓰고 또 써도 없어지지 않는 산소는 어떤 역사 속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생성되고 있으며,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세상만사를 촛불로 밝혀야 할 만큼 뒤숭숭해진 작금, 점점 그 중심인물로 의심받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일본까지 가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되고 있는 면역체계와 산소와의 상관성까지도 읽을 수 있습니다.

무심코 마시던 무색무취의 공기 속 산소를 <산소>를 통해 접하게 되면 유색의 지식으로 산화하거나, 유취의 상식으로 환원되며 광합성을 하듯 읽힐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산소> / 지은이 닉 레인 / 옮긴이 양은주 / 펴낸곳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 2016년 10월 31일 / 값 28,000원

산소 - 세상을 만든 분자

닉 레인 지음, 양은주 옮김,
뿌리와이파리, 2016


#산소 #양은주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광합성 #자유라디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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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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