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대회', 분노한 민중지난해 11월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를 당기는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민영화,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개최한 대회다.
이정민
검찰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금지한 이유로 토요일 오후 도심을 행진할 경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 여러 정황상 폭력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전력을 봤을 때 평택에서의 폭력사태(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에 맞선 점거파업)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는 계획이 있었다고도 했다. 검찰의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가 이미 불법이라고 했는데 왜 '불순'한 의도를 가진 너희들이 광장에 모이려고 했냐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검찰이 '평화집회'의 모범이라고 한 올해의 민중총궐기가 검찰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2015년 11월 14일과 2016년 11월 12일 민중총궐기의 차이점은 오직 경찰의 선제적 차벽 설치와 물대포가 사라졌다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매년 11월 둘째 주 전태일 열사 기일에 맞춰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부터는 그 위상을 전 민중의 투쟁으로 격상시켜 '민중총궐기'를 기획했다. 지난해와 올해 집회 주최는 민주노총 중심의 '민중총궐기투쟁본부'로 같다.
무대 및 음향설치, 프로그램 준비, 전체 대오 인솔 등을 맡은 주최 단체만 같은 것이 아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참가자들의 주요 요구도 같다. 심지어 가장 문제가 되는 행진 경로 또한 '서울광장-종로-을지로-광화문'으로 똑같다. 이렇듯 시작은 같은데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는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었고, 700여 명이 검찰에 기소되고, 200여 명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반면 2016년 민중총궐기는 지난해의 10배가 넘는 규모였지만 별다른 충돌도, 단 한 명의 형사처벌도 없다.
검찰의 말대로 '심각한 교통 불편'이 불법 집회의 주요 요인이라면, 100만이 서울 도심을 완전히 마비시킨 올해의 민중총궐기가 더 위법하지 않은가. 한상균과 같은 '불순한' 혐의자가 문제였다면, 주최자와 참여자 집단(민주노총, 농민, 빈민 포함 시민 등)이 같은 올해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결국 폭력을 초래한 것은 갑호비상령까지 내리면서 철저히 집회를 봉쇄한 경찰이다. 검찰은 한상균 위원장의 질문, "1년이 지난 지금,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입장으로 왜 바뀐 것인지"(최후진술 중)부터 답해야 한다.
'1년 먼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무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