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세상의 판을 다시 짜자고 하면 솔깃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면, 그때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그때의 좋은 기억만 살려낼 수 있다면, 그리하여 비록 낼 모레 환갑 나이라 할지라도 아파트 관리소장과 대학교수가 만나 진짜 혁명을 다시 도모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런데 형은 이제 없군요. 미안하다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 오랜 시간 묵은 상처를 다시 헤집어 한번 시원하게 붙들고 울 시간도 주지 않고 그렇게 표표히 사라져 가는군요. 그 시절 우리가 꾸었던 대담무쌍했던 그 꿈의 봉인을 해제하여 다시 이야기할 나의 영원한 배후, 이원주 형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믿기지를 않습니다.
회자정리 같은 말 따위 막상 닥치니 어떤 위로도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므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생각하면 이 세상에 속절없이 오고간 것 같은 사람들 사이의 질긴 인연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온 것이겠지요. 형이 미처 못 하고 가는 말, 못 하고 가는 일, 어떻게든 이어서 말하고 이어서 행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혼자 할 일이 아니지요, 아마도 주말마다 광화문에 모이는 저 백만의 사람들이 할 것입니다. 그 백만의 눈길이 바라보는 곳, 그 백만의 발길이 향하는 곳에 형이 먼저 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들과 함께, 그들이 꾸는 새로운 꿈에 우리의 옛 꿈을 슬며시 얹어 함께 가다보면 어느 구비에서 형의 파안대소를 만나겠지요.
형, 그때까지 부디 평안하소서.
2016년 11월 23일
김 명 인
문학평론가·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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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 나의 영원한 배후, 이원주 형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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