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제기 후, 1.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100%라고 말할 순 없지만, 거의 99%는 저희가 입증가능한 부분만 설시를 했다" 그리고 2.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이메일과 인편 등을 통하여 최순실에게 유출하였"다는 것까지 확인하면서 정작 최순실의 죄책은 생략하고 있습니다. 많이 당황스럽지요? 이 글을 쓰는 저는 정말 황당합니다.
요즘 어디서나 사용되는 단어 국정농단(國政壟斷). 그런데 이 단어를 들으면 바로 이해는 되는데 그 법률적 의미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지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농단이라는 내용 자체에 대하여 별도의 해석을 해야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할 것인데, 이 중요한 계기에서 검찰은 손을 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뭐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99% 입증가능해야만 한다고 검찰이 내부 기준을 세운 상태고 국정농단이라는 내용이 그 정도 입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면, 실망 그 자체입니다. 검찰은 중요한 사건에서도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피고인 및 관련 인물들이 검찰 입맛에 맞게 자백해주기를 기다리고, 자백을 안 하는 죄목에 대한 증거는 못 모으겠고, 그래서 아예 공소장에서 해당 항목을 배제했다면, 검찰이야말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50% 아니 20%만 입증가능하다고 해도 검찰은 법정에서 피고인들 그리고 그들 변호인들과의 변론을 통하여 재판장을 설득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미국식 법정 드라마를 한국 검찰이 구현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정치적, 법적으로 중요한 사항들로 이루어진 사건에서는 검찰이 부분 승소를 하건 부분 패소를 하건, 사건의 실체를 법정에서 드러내어야 합니다. 검찰은 형사 사건에서 정치적 예단에 따른 결정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대하여 정치적 해석을 할 수는 있겠지만 검찰, 법원이 형사 사건을 다룸에 있어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되면, 그것은 정치인들의 몫을 빼앗는 것입니다.
그러면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최순실이 미리 또는 중간에 보고, 변경을 지시하거나 파일을 수정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초안을 작성하였다면, 이와 같이 해괴망측한 작태에 대해 어떠한 법률적 평가가 가능할까요? 왜 검찰은 처벌할 수 없다고 속단을 한 것일까요?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 아닌 사람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는 경우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0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벌금과 징역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1.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사건에 관하여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
마.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
여기서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기로 하지요.
변호사가 아니면서(최순실) 금품 또는 그 밖의 이익(미르재단, K-sports 재단으로의 기부금)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최순실 친족)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사건에 관하여 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
마.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 작성. 수정 )
문제의 태블릿 PC에 어떤 문서가 포함되어 있는지, 방송 뉴스를 통해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들었을 따름이지만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들에 법률 관계 문서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처음부터 최순실이 정했다고 하면 당연히 법률상담에 해당하겠지요. 입증의 부담은 검찰이 담당해야 하지만, 99% 입증이 안 될 것이라 하여 가장 중요한 범죄 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재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증거 제시일 것이고 그 증거를 토대로 상대방에 대하여 법률적 주장을 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 행위를 주위에서 도왔을 관련 공무원들의 적극적 제보가 절실한 때입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최순실 일당 주위에서 불법을 돕고 챙겨서는 안 되는 이익까지 챙겼을 관련 인물들입니다. 지금 이 어려운 시기만 넘기면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자신들의 주변 사람들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대하여 부정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끼칠 것을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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