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건물의 아래·위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층간(層間)소음 뿐만 아니라 옆집과의 벽간(壁間)소음에도 일정한 규제를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현재는 공동주택에서 옆집으로 인한 소음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다룰 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벽간소음 민원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에만 벽간소음으로 인해 2건의 이웃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대개 진동으로 소음이 전달되는 층간소음과는 달리 벽간소음에선 육성 등 생활소음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말다툼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공동주택, 벽간소음 규정 필요... 분쟁 조정 기구도 없어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은 "주택에서의 소음과 관련한 법엔 층간소음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벽간소음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벽간소음에 대한 기준안을 따로 마련해 오피스텔·고시원·원룸 등 서로 따닥따닥 붙어 있어 피해가 큰 공동주택부터 적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음 관련법엔 '층간소음'이란 단어는 있지만 '벽간소음'·'횡간소음' 등 옆집에서 비롯되는 소음을 명확히 지칭하는 용어조차 없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등 층간소음 관련 분쟁 조정 기구는 있지만 벽간소음에 대해선 별도의 분쟁 조정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건물을 지을 때는 층간소음은 물론 벽간소음에 대한 기준도 충족시켜야 한다. 거주자가 입주하고 난 후에도 층간소음에 대해선 주간 43㏈(데시벨), 야간 38㏈ 등 기준을 두고 있다. 벽간소음에 대해선 기준도 없다.
환경부 생활소음과 신용태 주무관은 "층간소음의 개념에 벽간소음까지 포함한다"며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서도 벽간소음까지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층간소음 문제를 다룰 때 부수적으로 벽을 타고 오는 소음까지 다룬다는 것일 뿐 옆집 소음이 원인인 벽간소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아래층에서 층간소음을 호소하는 경우 65% 정도가 위층에서 비롯되는 소음 때문이고, 나머지 35%는 옆집 혹은 대각선에 위치한 집의 소음이 원인이다.
차 소장은 "특히 벽을 통한 소음은 옆집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라고 확실하게 판단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환경부도 귀로 명확히 판단 가능한 벽간소음은 따로 기준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소장은 "어렵다면 '층간소음에 벽간소음을 포함한다' 같은 문구를 하나 넣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을 "기능장애를 초래하거나 환경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생리 변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음이 신체적·정신적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물론 벽간소음에 노출돼도 작업능률이 떨어지고 생리적·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위·장 등의 소화기 장애나 호흡기 문제 등을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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