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기 시작하고, 찌개가 알맞게 끓자 순서대로 배식이 시작됐다. 국민 앞에 한 선서도 지키지 않으며 새빨간 거짓말로 표를 갈취한 박근혜 퇴진을 외치려 이 농민들은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이곳에 왔다.
정덕수
핫팩을 전달한 뒤 뜨거운 국물을 나누는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서려는데 "여기 같이 뜨거운 찌개 좀 드시죠"라며 농민분이 권한다.
소주 한 잔 받고 찌개를 뜨라는 건 사양한 뒤 "경찰분들이 여러분을 오늘 밤 잘 지켜드릴 겁니다. 이들도 명령을 받아 움직이지만 속마음은 지금 우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걱정 마시고 잠시 눈 좀 붙이시죠"라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경찰에 연행된 농민도 제법 많은 모양인데 그나마 이곳에 무사한 농민들이 반가웠다.
역사를 만드는 그들의 길 막지마라왜(倭)를 불러 백성의 원성을 잠재우려 한황망한 일 되풀이 하지만은 말아라분개하여 일어선 고부의 동학군이 누구였더냐빈 쌀독 눈물로 지키는 지어미의 어진 남편이요배곯아 우는 아이의 종이호랑이 아버지였다탐욕에 눈 먼 벼슬아치들의 수탈을 견디던이 땅의 주인 농민이요 백성들었다오늘 다시 서군, 동군으로 다그쳐 나선 길사명을 망각한 자들 명령 받아진군행렬 막아서는 자들 똑똑히 지켜보라소임에 집요하지 못 하고탐욕에 집요했던 자들 채근질이야아둔한 난봉꾼 억지 부림이건만 스스로 길 끊어버린 둔한 노릇이건만혈맥의 피돌기 멈추려는 저 자들 하나 남김없이시리게 푸른 하늘에 새기고바다 다 마를 때까지 새겨 반드시 기억해두게 하라그리하여 오랜 세월이 흘러 오늘을 기억할 때누구의 조상이 역적이었는지누구의 어버이가 가슴 따뜻한 부모였는지억년 세월에 깎여 돌이 먼지가 되어도너무도 선연해 지워지지 않게 할 일그리하여야 저들이 설친 오늘이 역사가 된다그리해야 우리가 오늘 외친 함성이 역사가 된다.전날 바로 이분들의 앞길 막지 않기를 바라며 쓴 시를 다시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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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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