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양심가게에 놓여 있던 거스름돈을 담은 비누통과 외상장부. 주민들이 스스로 돈을 거슬러가고 외상을 할 때는 장부에 적어두고 갔다.
이돈삼
박 이장은 그 꽃집과 같은 가게를 마을에 만들고 싶었다. 소주 두 병 사다 달라, 라면 몇 봉지 사다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 주민들한테 제안을 했다. 마을의 기금으로 가게를 차리고, 주인 없이 운영을 하자고.
주민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박 이장은 계속 고민했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서로 어울려 노는 공간 마련을 위해서라도 가게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박 이장은 사비 500만 원을 들여 가게를 열었다. 실패하면 손해 본 셈 치자는 생각이었다. 손사래를 치던 마을사람들도 한번 해보자며 거들었다. 방치됐던 가게를 다시 청소하고 술과 음료수, 과자, 생활용품 등을 들여놨다.
가격표도 어르신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써 붙였다. 나무로 짜서 금고를 만들고, 금고 위에 거스름돈을 담은 비누상자도 놓았다. 외상장부로 쓸 수 있도록 공책과 볼펜도 가져다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