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 광양제철소 5고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 권오준 회장
헬로포스코
2014년 1월, 포스코 차기 회장 면접 당시 권 회장과의 경쟁 상대로 나섰던 정동화 당시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건 '영어'였다. 면접 과정에서 갑자기 외국인 사외이사가 후보자들에게 영어로 질문하더니 영어로 답을 요구했다고 한다. '해외파'인 권오준 후보에게는 반가운 일이었겠지만, '국내파'인 정 후보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그와 같은 영어 면접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정 전 부회장도 최근 <뉴시스>를 통해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고지 받지 못했고 통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그 때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당황스러움에는 아마 '나한테 왜?'라는 물음표도 섞여 있었을지 모른다.
실세 중 실세로 불렸던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 전 부회장의 경남고 선배였다. 또 그때만 해도 여권의 강력한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의원이 그의 한양대 동기였으며, 게다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와는 고향(경남 하동)까지 같았으니 정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배경'에 자신감을 가질 만 했다. 당연히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능가하는 '힘'으로 대통령을 꼽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최근 <한국일보>는 사정 당국과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 증언을 근거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이 2013년 말 포스코 측에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정해졌다'고 통보하는 등 회장 선임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데 이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포스코 임원을 따로 만나 '절차에 따라 권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처럼 처리해달라', '외부에 알려져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중앙일보>는 포스코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권오준 회장이 취임 이후 포스코 첫 인사안을 비서실을 통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과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실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첫 임원 인사가 권 회장 취임 이전 이뤄졌다. 청와대와 접촉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권 회장 취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통령이 왜 '권오준'으로 낙점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여성정책 자문을 맡았다"든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갖게 됐다"는 등의 '설'을 통해 박 교수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다. "권 회장 부부가 오랫동안 최순실씨 등과 교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과 박 교수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