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종탑 등 교회의 상징만 없었으면 절집으로 착각할 분위기의 포르투갈 브라가 성당
길동무
알려진 고유명사는 그 주인공이 대부분 인물이다. 역사와 자연, 사물이 드러난 경우도 많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인물이 있다. 여행은 한편으로 고유명사 순례라 할 수 있다. 고유명사가 쌓은 역사와 자취를 돌아보면서 가치를 되새기고 오늘의 거울로 삼는 것이 곧 여행이 지닌 묘미다. 이베리아 반도, 인기 좋은 고유명사가 참 많이 기다리는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그라다나의 알람브라 궁전, 세비야의 대성당과 플라멩코, 무어인의 행적과 무데하르 양식의 건축, 로마인의 유산, 왕과 왕, 그리고 여왕, 포도주, 성모마리아와 성인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 무어인들의 왕 무함마드, 엘 고야와 벨라스케스, 피카소, 달리와 같은 화가군 등, 나열하기도 벅차다.
인기 좋은 고유명사는 특징이 있다. 역사를 관통하는 위대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두터운 진리를 품고 있다. 또 하나가 있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공로다.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로 현실에 끼치는 공이 크다. 이것이 높은 인기의 원인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베리아 반도의 고유명사는 대다수가 이 두 가지를 충족하고 있다.
이 점은 여행객의 측면에서 볼 때 참 놀라운 현실이다.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는데,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그 인기가 지속될 것이란 믿음이 크다. 대개 인기란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것이 그 속성이다. 세상을 들썩이던 인기도 시간이 흐르면 시든다. 나라를 바꿀 만한 미모라고 칭송을 받다가도 개성을 겸비한 또 다른 미인에게 밀리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나 가수도 때가 되면 역사의 뒤안길에서 그 명맥만을 유지하기 일쑤다. 이처럼 무상한 것이 인기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말고는 다 변한다'는 논리에 딱 들어맞는 것이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