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이사
이영광
뉴스 큐레이션 앱인 '일파만파'가 지난달 17일 출시됐다. '일파만파'는 SNS인 페이스북에서 시민편집단이 집단지성으로 선정한 '좋은 뉴스'를 유통하는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언론사나 포털 편집자가 뉴스를 선별해 왔다. 그러나 '일파만파'는 그것을 뛰어넘어 시민에게 편집권을 주고 좋은 기사를 더 널리 읽히게 하려는 것이다.
'일파만파' 앱을 개발한 노종면 '일파만파' 대표이사를 지난 11월 29일 상암동에 위치한 YTN 내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일파만파' 앱 출시 이야기와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보도 평가도 들어 보았다. 다음은 노 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2900명의 페이스북 활동을 관찰하고 수집한다"- 지난달 17일 뉴스 큐레이션 앱인 '일파만파'가 출시되었어요. 아직은 안드로이드폰용만 나왔는데 반응은 어떤가요?"아이폰용은 동시에 배포하지 못했고 안드로이드 앱도 저희가 계획을 세웠던 수준에 많이 못 미쳐 있어요. 기대하신 분들은 실망하셨을 것 같아요."
-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지금 미디어 플랫폼이 워낙 많고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른 개념이나 명분을 다 떠나서 플랫폼의 사용자 편의성 자체가 많이 떨어져요. 데이터누락과 데이터 수집이 핵심기능인데 그 부분에서 문제를 너무 늦게 해소했기 때문에 다른 기능에는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못 했어요. 그래서 나온 상품의 질은 기대했던 분들의 눈높이에선 모자란 것이 사실이죠. 최대한 단기간에 개선하면 평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너무 빨리 나온 건가요?"저희 일정보단 늦었고, 상품 가치에 비해선 빨랐죠. 어차피 예정했던 시점에 저희가 기대했던 수준의 상품을 내놓은 건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이 고민됐던 게 그러면 일정을 더 늦추거나 아니면 상품의 질을 낮추는 거였어요. 저희는 상품의 질을 낮추더라도 더 늦기 전에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이런 개념이란 것 정도는 알려야겠다고 판단한 거죠."
- 아이폰 앱은 아직이잖아요."아이폰 이용자들을 위해 웹사이트를 임시 오픈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일파만파 검색하시면 되고 아이폰 이용자는
www.crowdpapa.com 으로 접속해 주세요. 일부 공유 기능에 제약이 있고 디자인이 미세하게 다를 뿐 기본 기능은 같습니다. 모바일용이니 PC에서 보실 때는 창을 좁혀야 이미지 왜곡이 덜합니다."
- 뉴스 큐레이션이라면 생소한 느낌도 있어요. 좋은 뉴스를 선별해 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맞아요, 좀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뉴스를 골라내는 것인데 그걸 기존에는 언론사와 포털의 편집팀이 했다면 '일파만파' 속에서는 '일파만파'의 시민편집단 2900명 가까이 모였거든요. 그분들이 하는 거죠."
-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이용하나요?"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프로그램이 관찰하고 그 행동 속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거든요. 저희가 관찰하는 대상은 시민편집단의 페이스북 활동입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기사를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것 등이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잖아요. 그것을 '일파만파' 프로그램이 계속 관찰하고 수집합니다. 그걸 수집하다 보면 공통분모가 생기겠죠. 그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거예요.
2900명 이상의 시민 편집단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본인 계정에 글을 올리거나 기사를 링크하는 행동을 하고 있을 텐데 그것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거죠. 공통분모 중에서도 많이 겹치는 것과 적게 겹치는 것이 있을 텐데 그 순위에 따라 '일파만파'가 결과를 가져오는 겁니다."
- 페이스북 이용자의 상당수는 진보적이지 않나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도 있을 것 같아요."저는 진보 보수의 개념에 대해서 사람들이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진보로 규정되거나 불리는 사람들이 진보의 틀을 깨고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공유해야 하고 가치 있는 정보가 있을 때, 그 정보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는 방식은 내 주변부터 채운 다음이지 내 주변을 건너뛰어서 저 누군가에게 가지 않는다고 저는 판단해요.
특히 SNS가 촘촘히 우리의 소통 구조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는 나와 친구인 사람에게 정보가 전달되어야 그 친구의 또 다른 친구에게 가는 것입니다. 나와 정치성향이 너무 다르고 나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는 사람, 내가 직접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직접 전달하려면 지상파 매체를 해야죠.
저희는 SNS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시민은 그나마 SNS에서 새로운 정보유통망을 구축해 왔어요. 그걸 좀 더 확산시키는 방법은 우리 내부를 조금 더 조직적으로 작동시키고 정리된 정보에 유통력을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일파만파'를 기획한 겁니다.
2900명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저희는 몰라요. 평가를 아예 안 합니다. 이분들이 공유하고 추천한 기사면 이분들 중심으로 퍼져 나가겠죠. 이분들을 만족시키는 게 최우선입니다. 여기서 이분들이 공유하면 이분들 주변에 정보가 유통될 것이고 그것이 조금 더 원활히 소통망이 구축되면 더 넓게 확산되는 것이지 갑자기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정보를 던지자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강박에서 오는 요구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SNS에서 기성 매체 힘 더 커져... 좋은 독립 매체 알려야"- 뉴스 큐레이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저는 사회적 요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해직된 이후 뒤늦게 알았어요. 우리가 공룡 매체로 부르는 기성 언론만이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 매체 등 다양한 뉴스매체에서 뉴스가 생산되어야 한다는 생산자 운동을 알게 됐어요.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함께 '뉴스타파'를 만들기도 했고 국민TV에서도 뉴스를 제작하는 일선에서 활동하는 등 이런 것은 다 뉴스 생산 운동의 일환인 거죠. 그건 기성 매체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고 거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과는 다른 뉴스를 만들어내자는 운동이죠.
그게 '뉴스타파'일 수도 있고 일개 개인일 수도 있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뉴스 생산활동이고 트위터에다 짧게 한 줄 올리는 것도 뉴스 생산활동이죠. 이런 것이 다 맞물려서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어 있어요. 파급력은 또 다른 문제지만 주체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 거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본 거죠. 매체를 대신하거나 기존 매체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생산 주체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봐요. 근데 이 생산 주체가 만드는 생산품들이 제대로 유통되지 못해요. 유통망이 장악돼 있으니까요. SNS 공간에서는 나름대로 돌아다녀요. 그런데 SNS 공간도 기성 매체에 잠식당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봤죠.
제가 트위터를 2010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 트위터가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고 대안 미디어로서 각광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 국정원 댓글 부대가 들어가고 십알단이 들어가 물이 흐려지고 힘이 약해졌죠. 그 현상을 순식간에 목도하고 말았던 거죠.
그 당시 제가 '용가리통뼈 뉴스'라는 걸 했어요. 그게 뉴스 선별 작업을 저 스스로 처음 했던 거죠. 하루에 20~30건의 주요 뉴스를 제 기준으로 선별해서 '용가리 통뼈 뉴스'라는 트위터 계정에 매일 올렸어요. 거기서 상당한 반응과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런 망이 체계적으로 갖춰질 수 있나, 고민이 있었던 거죠.
그때 '용가리통뼈 뉴스' 선언문이라는 걸 공개하며 거기에 뭐라고 썼냐면 돈과 조직을 앞세워서 기성 매체가 곧 들어온다였죠. 그건 현실이 되어 있어요. 페이스북에 광고비 쓰면 '좋아요'나 구독자 수 늘어나잖아요. 30만은 금방이에요. 트위터 초기에는 안 그랬어요. 이외수 선생님이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렸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 트위터 공간 안에서 미디어 역할을 했지만 지금 페이스북은 어떤가요?
물론 빅마우스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은 있어요. 그런데 기성 매체의 힘은 날로 커집니다. 이제 돈벌이를 하기 시작하는 거죠. 상당 시간이 됐고 거기 맞춰서 기성 언론은 페이스북을 또 하나의 포털로 인식하고 자기 영역을 확장해 나가죠, 그러면 다른 콘텐츠를 생산하자는 운동은 어떻게 되나요? 자꾸 힘이 빠질 수밖에 없죠. '일파만파'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지만,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이 가능성을 발견해서 이런 플랫폼이 더 생겨야죠."
- 주식회사잖아요. 그럼 수익을 내야 할 텐데."저희는 광고 영업을 할 거예요. 사업이 잘돼 돈을 많이 벌면 좋죠. 그것을 추구하겠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돈을 덜 쓰는 구조로 사업 초기부터 기획한 거예요. '일파만파'는 기본적으로 뉴스가 선별되어 앱에 업로드되는 과정까지가 전부 자동입니다. 다만 그것을 정리된 형태로 서비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에디터들이 선별된 뉴스를 요약하고 중복된 기사는 하나로 모으는 사후 관리를 할 인력이 필요하죠. 또한 이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야 해서 그쪽 관리 업무 정도가 '일파만파'가 비용을 들여서 하는 일입니다.
앞서 광고영업 한다고 했는데 팀은 물론 사무관리팀도 없죠. 사무실은 있지만 다른 단체와 같이 쓰고 저흰 거기 상주하지 않아 그런 데에서 비용을 최소화합니다. 어떻게 하냐면 참여하는 단체에 아웃소싱하는 거죠. 지금은 그 관계에서 대가를 서로 주고받지는 않지만,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되려면 아웃소싱을 줬으면 거기에 대한 지급을 해야겠죠.
참여단체는 단순히 주주로 머물지 않고 같이하죠, 지금은 홍보를 적극적으로 안 해요. 왜냐면 이 앱이 완성된 게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것이 조금 더 정리된 다음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건데 거기에는 주주들이 함께하겠죠. 그리고 광고 영업도 저희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참여 단체에 맡기고 사무관리도 다른 단체에서 해오고 있어요."
"종편 아직 믿을 수 없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단기적으로는 이 앱을 기획자인 제 기준을 만족시키는 수준으로 빨리 재정비하는 것이고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 앱에 트위터를 장착하고 싶어요. 그게 중기적인 목표죠. 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정보 소통 흐름이 다르다고 보거든요. 트위터에서도 뉴스가 선별되는 구조를 만들어서 트위터서 선별된 뉴스와 페이스북에서 선별된 뉴스를 합쳤을 때 가장 호응이 좋은 뉴스로 나눠 서비스하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올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지금 정권과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예기치 않았던 돌출 보도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하셨어요. 지금 우리나라 최대 이슈가 최순실 게이트잖아요. 이걸 처음 보도한 게 종편인 TV조선이란 말이에요. 혹시 돌출 보도가 최순실 게이트를 염두에 두신 건가요?"제가 그 당시 최순실 게이트를 예상한 것은 아니고 언론의 속성을 말씀드린 겁니다. 만약 그때 최순실 게이트를 알았다면 제가 얘기를 했겠죠. 물론 언론계 내부에서 어느 정도 얘기가 돌았지만 그건 정보라기보다 속칭 찌라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런 걸 가지고 말씀드린 건 아니에요. 저는 그야말로 언론의 속성이 정권 말기로 가면 갈수록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돌출 보도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겁니다."
- 그럼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정권 말기라서 나온 건가요?"큰 줄기에선 그렇다고 봐요. 만약 정권 초기였다면 그렇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해요. 뉴스가 보도되는 과정을 보면 정보를 이미 쥐고 있었는 데 다른 데에서 보도되면 뒤늦게 보도하고, 판이 벌어지면 그때 단독 경쟁하고 뭔가 일정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왔거든요. 판단이 덜 끝났었다는 거죠. 크게 보면 권력이 약화되어 있는 걸 확인하고 더 약화 시키는 쪽으로 기능했다고 보지만 딱 '우리는 정권과 싸울게'라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러 가지로 보수 신문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박근혜 정부가 했거든요. 김영란법이 시행됨으로 인해서 언론사들은 광고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국을 지금처럼 틀어쥐고 갑의 위치에서 지국을 흔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거죠. 조중동에 불리한 제도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갈등관계가 형성됐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최소한의 관리능력과 하다못해 딜 능력이라도 가졌으면 과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쳤듯이 했겠죠. <조선>에서 송희영 주필을 치긴 쳤지만, 그땐 이미 정권이 흔들리고 있던 시점이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그런 것들을 그때그때 정세에 대한 상황 판단을 하면서 보도를 조율해온 과정이 아닌가 판단합니다."
- 공영방송보다 종편이 낫다는 평가가 있어요."저는 아직도 종편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태생의 문제는 종편이 있는 한 끝까지 갈 거예요. 그리고 뉴스 소비자들은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단독보도나 정권비판 하는 보도는 선별된 것을 보고 계세요. 종편이 전반적으로 어떤 보도를 하고 누가 나와 떠드는지 누가 더 모니터를 하겠어요? 그것들을 모니터하는 민언련이나 매체 비평지에서 내놓는 평가를 보면 JTBC도 마찬가지예요. 거기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지 거기에서 하는 방송이 전부 동의할 만한 방송은 아니라는 거죠.
다른 종편으로 가면 더 심각하죠.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나와서 여전히 떠들게 하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잘못에 국민이 너무 흥분한다'란 이따위 말을 하는 게 종편의 현실이에요. 단지 권력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권력을 물어뜯는 보도를 하는 거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럴 때라도 뜯으라고 해야죠. 그러나 그 언론을 믿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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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정권 초기였다면 최순실 게이트 보도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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