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의 일침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63] 권영국 변호사

등록 2016.12.09 11:04수정 2016.12.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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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의 날이 밝았다. 전 국민적으로 혼란스러웠던 50여 일을 마감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날이다. 물론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친일 그리고 군부 독재를 청산할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탄핵은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탄핵은 국민이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주말마다 100~200만 명(아래 주최측 추산)이 넘는 국민이 전국 각지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파가 모였음에도 별다른 사건 사고가 없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상황을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는 권영국 변호사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6일 서울 교대역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권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탄핵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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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변호사 ⓒ 이영광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지난주 토요일(3일) 최대 인파가 광화문과 주요 도시에 모여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을 만들어 냈어요. 기존에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많았다면 지난 주말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을 보고 사람들이 훨씬 분노하고 말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대단히 강했죠. 게다가 오히려 담화 때문에 사람들이 훨씬 많이 광장에 나온 걸 볼 수 있었죠.

그래서 새누리당 비박계라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퇴진 발표를 할지라도 자기들은 탄핵 투표에 임할 것이라는 식으로 입장을 다시 바꿨어요. 그리고 야3당도 다시 공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죠. 그것은 국민들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커졌고 매우 강한 압박을 하고 있어 탄핵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늘(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청와대의 입장이 나왔는데.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지켜보겠다고 새누리당의 당론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 같아요. 그건 4월 퇴진 6월 대선 이야기를 한 것인데 국민은 이미 박 대통령이 하는 말에 대해서 전혀 믿음을 갖고 있지 않죠. 게다가 4월 퇴진은 결국 3월 말로 기한이 끝나는 특검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많은 사람의 분석이에요. 너무 많은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에 시기를 당긴다 하더라도 즉각 퇴진을 이행하지 않는 이상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 국민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두고 하야와 탄핵이 갈리는 데 변호사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하야라는 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고 탄핵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파면 절차와 같은 거죠. 물론 의미를 보면 서로 다를 수는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요구하는 건 스스로 빨리 내려오라는 것이잖아요.

그런 요구에도 물러나지 않을 때 그걸 강제할 방법으로는 첫 번째가 국민들이 청와대에 가서 직접 끌어내는 방법일 겁니다.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두 번째로 헌법에 정해진 탄핵 절차일 수밖에 없죠. 결국 하야가 안 되었을 때 절차적으로 강제하는 방법으로 탄핵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보지 않아요."

- 하지만 박 대통령은 범법 의혹을 받고 있잖아요. 그러면 탄핵으로 파면을 당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하야는 면죄부 아닌가요?
"하야라는 건 스스로 품위 있게 내려오는 것이라서 그렇게 볼 수도 있죠. 공무원이 불법이나 범죄 행위를 하게 되면 징계에 회부해서 해임이나 파면을 하죠. 그래서 파면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해임이나 스스로 사임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요. 스스로 물러나지 못하게 해서 징계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 범죄자에게는 보다 적절한 절차일 수 있죠.

그러나 대통령은 탄핵절차로 가게 됐을 때 절차가 매우 까다롭게 돼 있죠. 일단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가 찬성을 해야 하고, 다음으로 헌법재판관들이 심판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죠. 이 관문을 거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선출되지 않은 재판관들이 심판하는 것에 대해 절차적으로 문제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또한, 재판관들이 국민들의 의지와 다르게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하고요.

반면, 자진 사임하더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어요. 사임하게 되면 일반인의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될 것이고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예우도 박탈되는 거죠. 할 수만 있다면 빨리 퇴진시켜서 철저하게 강제수사를 받도록 하는 게 중단상태의 국정을 빨리 정상화하는 방안일 수 있어요."

- 국민이 직접 뽑으니 파면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맞죠. 만약 우리 헌법에 국민소환제라는 제도가 있었다면 국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서 파면을 시킬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우리 헌법에는 탄핵제도 외에 국민소환제도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소환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어요. 저도 동의합니다."

"'모르쇠' 일관 국정조사는 아쉽다"

- 지난주부터 국회에서는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특히 이번 주는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섰잖아요. 청문회는 보셨어요?
"전 낮에 계속 회의가 있어서 청문회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회의 끝나고 나서 기사를 봤어요. 재벌 총수들이 대부분 '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을 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표현을 쓴 것 같아요. 결국, 자기들은 피해자라고 답변한 거죠.

다만 그중에서 보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라든지 손경식 CJ 회장 등 일부는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든가 또는 안종범 경제수석이 자기들에게 강요를 했다는 답변을 하긴 했더군요. 전체적으로 보면 국정조사에서 재벌들이 대가를 바라고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지 못했어요. 여태까지 국정조사 청문회를 보면 대부분 기억 안 난다고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아쉬운 측면이 있어요."

- 증인이 9명이었잖아요. 너무 많은 느낌도 있어요.
"거기 나온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중요한 지위에 있는 인물들인데 하루 만에 9명을 다 불러놓고 질의를 하게 되면 깊이 있는 질문이나 추궁이 사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도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깊이 숨겨져 있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인데 최순실 등이 안 나와요.
"그렇죠. 지금 구치소에 있는 최순실이라든지 안종범, 조원동 등 국정 농단의 주범들이 대부분 출석을 거부하는 형국이고 특히 사정 라인을 총괄했던 우병우가 잠적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서 핵심 증인들을 소환할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게 돼 매우 부실한 국정조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의원들 태도도 문제인 것 같아요. 윽박지르기만 하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앞으로 국정조사나 청문회에 대해서 제도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도 대단히 한정돼 있기도 하고 특히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 이상으로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지와도 관련이 있을 거 같아요. 결국, 의원들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 알려진 것에 대한 재탕인 경우가 많아서 형식화되거나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죠."

- 특검도 지난주 박영수 특별검사가 임명됐고, 이번 주엔 특검보가 임명됐어요. 국민이 특검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특검에 대한 기대가 크죠. 그런데 특검을 임명할 때부터 사람들이 매우 강한 우려를 갖게 만들었어요. 특검으로 임명된 사람이 검찰 고위직인 데다가 황교안 국무총리와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어요. 황 총리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증인으로 나와 그를 두둔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관계를 고려해볼 때, 박영수 특검이 권력이나 현재 검찰과 결을 달리해서 정말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단히 크고, 저도 그런 우려를 갖고 있어요.

다만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렬 검사가 수사팀장으로 들어오면서 그에 대한 우려가 약간 해소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특검은 박영수 변호사라는 말이죠. 권력과 성역 없는 수사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전국의 촛불이 사회 바꾸는 혁명을 이끌고 있다"

- 지난주 주말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232만 명이 나왔어요. 특히 광화문 광장에는 170만 명이 나왔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지난 주말에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왔어요.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새로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시민들 스스로 무척이나 놀랐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매우 평화롭지만, 정치의 주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광장에 나오고 있다는 거죠. 시민혁명이 진행 중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봐요. 시민혁명은 시민 스스로가 자기의 판단과 행동으로 주어진 운명을 바꿔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전국의 촛불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꿔내는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170만의 촛불을 보며 느끼는 점도 있을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얘기하면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주말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어요. 왜냐면 그동안 우리는 세월호, 국정교과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가 있었잖아요, 그러나 사람들이 늘 처음에는 많이 모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멀어졌는데 이번에는 전혀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기존에는 의도적으로 사전에 사람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도록 노력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 속한 사람들이 광장을 메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은 소수이고 어디에도 가입되어 않은 일반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광장의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매우 놀라고 있죠."

- 우리나라 국민에게 '냄비 근성'이 있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맞아요.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에 확 달아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식는다고 했는데 약간씩 변화가 있었어요. 어디서 변화를 봤냐면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인사건과 구의역 참사가 있었잖아요. 그런 사건들에서 자발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현상이 있었어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는 참여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를 봐도 탄핵이나 하야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정체되어있던 국민의식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이번 헌정 유린 사태에 대해 모두 자신의 문제로 느끼고 있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잘못된 정치와 사회문제를 바꿔내야 한다는 의식들로 충만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이 아닙니다"

- 우리나라는 4.19와 6월 항쟁을 거쳤지만 모두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잖아요. 그래서 박 대통령의 퇴진 이후가 중요할 것 같은데.
"맞아요. 4.19는 5·16쿠데타로, 87년 6월 항쟁도 군부세력이 또다시 집권하는 실패를 거듭했는데, 이런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죠. 탄핵이든 퇴진이든 일단락이 됐을 때 그 이후 시민들이 스스로가 어떻게 정치의 주체로 세력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거죠.

제도 정치권을 제대로 견인하려면 결국 거리나 광장의 정치로 나섰던 시민들이 견제세력이나 주도세력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통령 퇴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을 숙제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있을 수 있겠죠, 하나는 광장이나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이 스스로 정치세력화 혹은 정당화하는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고민해야죠. 또 하나는 국민 여론에 비례하거나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등의 제도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죠.

예를 들어 정당 명부 비례 대표제라든지 대통령 선거에서는 결선 투표제 또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탄핵하는 국민 소환제 등 제도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탄핵이 된다고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내려오겠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을 둘러싼 세력 전체를 교체하지 않으면 세력은 그대로 있고 인물만 바뀌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박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던 세력과 체제를 청산하고 이를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앞서 얘기했듯이 결과적으로 제도 정치권을 견인해서 압박할 힘이 필요한 건데 시민 스스로가 정치세력화를 모색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지금부터 우리는 매우 구체적으로 진행해야죠."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광장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은 세계적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직접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퇴진 문제를 단순히 인물 교체가 아니라 적어도 그와 부역했던 세력과 구체제를 바꿔내는 과정으로서의 생각을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고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국민은 이제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어요. 우리 국민이 너무 훌륭하고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권영국 #탄핵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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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연재 '비선실세' 최순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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