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관의 살인>겉표지
한스미디어
일본의 추리작가 유키토 아야츠지는 '관 시리즈'로 유명하다. 여기서 관은 시신이 들어가는 관이 아니라, 독특한 구조의 건물을 의미한다.
1960년생인 작가는 1987년, 첫 번째 편인 <십각관의 살인사건>부터 이 시리즈를 시작해 <수차관의 살인사건>, <미로관의 살인사건> 등을 계속해서 발표한다.
작품들의 배경은 도저히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특이한 모습의 건물이다. <십각관의 살인사건>에서는 제목처럼 십각형으로 생긴 건물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미로관의 살인사건>에서는 여러 개의 방으로 향하는 통로가 미로처럼 만들어진 건물에서 살인사건이 생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중에서 백미는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인 <시계관의 살인>이다. 작가 자신도 이 작품을 야구에 비유하면서 '일종의 강속구를 던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시계관의 살인>에서도 역시 독특한 구조의 건물이 등장한다. 높은 시계탑이 있고 그 아래 쪽으로 여러 개의 방이 원형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신관과 구관으로 나뉘어져서. 그중 특이한 점은 시계탑에 있는 시계에 바늘이 없다는 점.
대신에 건물 내부에는 고풍스러운 시계 108개가 수집되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처럼. 그 시계들은 모두 정확하게 시간이 맞추어져 있다. 정시가 되면 한꺼번에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이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시계들의 시간을 맞춘다고 한다. 동시에 시계관에서는 몇 년 동안 여러 차례의 괴상한 죽음이 일어났고, 지금은 그중 한 소녀의 유령이 떠돈다는 소문이 있다. 미스터리의 조건을 완벽히 갖춘 장소인 셈.
이 일련의 죽음과 유령을 조사하기 위해서 '특별기획팀'이 만들어진다. 한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대학교의 초자연 현상 연구회 동아리 멤버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일종의 영매 같은 일을 해왔던 초능력자도 동행해서 시계관에서 며칠을 보내게 된다. 유령과의 소통을 위한 일종의 '교령회'도 열게 되고.
하지만 이런 교령회도 소용없이 연속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살인범은 커다란 시계를 살인도구로 이용해서 희생자의 머리를 내리치며 살인행각을 이어간다. 특이한 구조의 건물에서 벌어지는 연속살인. 범인은 왜 이런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유령의 정체를 밝히려는 사람들'관 시리즈'의 특징은 인물이나 사건보다도 '관' 자체에 있다. 시계탑이 있고 기괴한 미술품이 장식된 저택, 벽난로 위에 은색 촛대가 늘어서 있고 밤이면 교령회가 열릴 것 같은 저택, 악천후가 생기면 바깥세상과 단절되고 장농 안에서 머리 없는 시체가 떨어질 것 같은 저택, 이런 대저택은 그 자체가 미스터리의 대상이다.
작가 유키토 아야츠지는 <미스터리 연구회>라는 동아리에 속해있던 대학 시절부터 '언젠가는 나 자신이 만든 어린애 같은 꿈의 세계를 남들에게 보일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해 왔다(그런 생각 때문인지 대학에서 1년 낙제했다.).
그런 이유에서 작가 스스로 '미스터리를 쓰는 사람은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와 가깝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하면 독자를 속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하게 속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사이에서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관 시리즈>이다.
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로 여행을 가서 일반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이런 관에 며칠 머무르게 되면 어떨까. 태풍이 오거나 폭설이 내린다면 그곳에 갇힐 가능성이 있지만, 생필품만 넉넉하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기억에 남는 일이 될지 모른다. 그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시계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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