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의 와인 코너
길동무
그러므로 가이드 이 선생이 애써 설명한 와인 제조법이나 분별, 종류 등 많은 이야기를 상세히 여기에 옮기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단어만 치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훌륭한 와인 이야기들을 능가할 수 없음이기도 하다.
대신 와인에 대해 참고할 성경 이야기 하나 덧붙인다. 2천 년 전 예수가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와인을 만든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마땅히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술 좋아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성경 속의 와인 사건이 주는 교훈 하나 들춰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잔칫집에 술이 떨어진 것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을까? 잔치가 끝나기도 전 주인이 준비한 술이 다 떨어졌으니 그 잔치가 어지간히 흥겨웠던가 보다. 그럼 그냥 인제 그만 파하라고 훈계를 했어도 되는데 예수께서는 그 흥을 깨기 싫으셨을까? 이 이야기가 성경에 수록된 것은 '마음 쓰기 방법론'을 설명하기 위한 이면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것은 곧 창조론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도 될까? 아무튼,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창조성을 소유하고 있으니 필요하면 상황과 장소를 불문 필요한 마음을 활용하라는 가르침 아니겠는가?
사람에겐 누구나 신의 속성이 있다고 한다. 사람에게 부여된 신의 속성은 과연 무엇일까? 흰 바탕이라고 규정해보자. 아무 그림도 없는 흰 바탕, 마침내 자기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바탕. 그 흰 바탕은 여행 중 더욱 순수해진다. 몇 잔의 와인으로 '마음 쓰기 방법론'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다.
길동무가 여행 중 처음 포도주 제조장(와이너리, winery)을 방문했던 것은 4년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름다운 도시 케이프타운에서다. 거기도 포도밭이 지천이었고 아울러 와이너리도 곳곳이었다. 와이너리 탐방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처음 탐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길동무를 안내했던 이도 와인에는 일가견을 갖춘 사람이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집에 설치한 와인바였다. 더 놀라운 것은 와인바 옆에 설치한 브라이(Braai, 양고기구이)를 위한 벽난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