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로 파면되어 정년 맞은 김 주사의 꿈은?

전 함양군청 공무원 김일수씨 <다볕지기 김 주사의 꿈> 펴내

등록 2016.12.18 13:21수정 2016.12.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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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출근, 땡 퇴근'으로 왜곡되어 인식되고 있는 공무원들의 삶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잘못된 시각인지에 대해, 그리고 소위 '철밥통'들의 이기주의로 치부되던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는데 그 어떤 저명한 박사의 논문보다 도움이 된다."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김일수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 권한대행의 책 <다볕지기 김 주사의 꿈>에 대해 한 말이다. '다볕'은 '함양(咸陽)'의 순우리말이고, '김 주사'는 함양군청 공무원으로 있다가 파면되었던 김일수(60)씨다.

김씨는 1981년 경남지방공무원 공채에 임용되어 행정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4년 공무원법 위반으로 파면되기까지 줄곧 함양에서 일했다.

그가 파면된 이유는 개인 사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공무원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징계를 받았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2004년 구속되었던 그는 2005년 공무원노조 총파업 주동자로 수배되었다가 자진 출두해 구속됐다.

a  김일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함양군지부장이 책 <다볕지기 김 주사의 꿈>을 펴냈다.

김일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함양군지부장이 책 <다볕지기 김 주사의 꿈>을 펴냈다. ⓒ 윤성효


그는 '공직 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며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공무원노조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는 2000년 함양군공무원직장협의회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2002년 공무원노조 창립대의회대회와 관련해 경찰에 연행되었고, 공무원노조 함양군지부장 초대 지부장을 거쳐 2004년에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에 당선했다.

파면 이후에도 적극 활동했다. 그는 2005년 12월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권한대행에 이어 2006년 공무원노조 교육위원, 2010년 공무원노조 회복투 부산경남권역 위원장을 지냈다. 그래도 행정을 떠나지 못한 그는 함양에 '다볕 민원행정 상담소'를 열어 민원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평범한 주사였다' ... '공무원 노동자로서'


김일수씨는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공무원노조 활동하면서, 수배와 구속생활하면서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왔고, 이번에 책으로 묶어서 냈다.

그는 "저는 함양군의 평범한 주사였다. 그러다가 직장협의회를 만들고 노조 간부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투사가 되었다"며 "징계를 먹고, 수배를 당하고, 감방을 다녀오고, 해직되고, 해고자로서 삶과 얼치기 사회인으로서 활동, 그리고 정신적 바탕인 '천주교인'으로서 인생을 그냥 적어 보았다"고 밝혔다.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이 '첫 발령도 요지경', '고속도로가 빨랫줄이면', '거기는 와 올라 가노',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이 손안에', '소 한 마리 잡아먹자', '영세민이 벼슬이냐', '모두 가 도둑놈', '징수율' 등의 제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는 '김 주사 뭐하노', '처음이 중요한 것이여', '밥은 먹어야 하고 말은 해야 한다', '교섭이 잘돼야 복지가 수욱~쑥', '촛불은 어둠을 밝히고', '뭉치면 된다', '군수 차는 불타고', '내 머리는 못 깎아', '연가 낸다는데 웬 징계?', '성탄절은 도청 정문에서', '선봉대가 별 거여', '전국으로 진출하자' 등의 제목으로 '공무원 노동자'로서 겪었던 일을 담아 놓았다.

또 김 주사의 공무원노조 활동이 '임명장은 받아야지', '전국구는 원래 이렇게 바쁜거야', '공무원의 정치자유화 선언', '5천만원 짜리 수배자', '유치장이 별거냐', '노조는 단결이 최고야', '추억 많은 행자부 후문', '김 주사 모가지 짤리다', '공무원 최초의 총파업', '두 번째 수배생활', '위원장 권한대행으로서'라는 제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2004년 11월 지명 수배 중 수능을 치르는 아들에게 쓴 글'과 'DJ(김대중) 상소문'도 책에 담았다.

"후반부 인생은 아름답고 탐스럽게 꽃 피길"

a  김일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함양군지부장이 책 <다볕지기 김 주사의 꿈>을 펴냈다.

김일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함양군지부장이 책 <다볕지기 김 주사의 꿈>을 펴냈다. ⓒ 윤성효


정부 수립 이후 첫 공무원 총파업을 감행했던 공무원노조의 희생은 컸다. 전국에서 공무원 36명이 구속되고, 444명이 파면 또는 해임되었으며, 2600여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는 "총파업 이후 와해 직전까지 이른 조직과 위축된 조합원들, 그리거 희생자들을 생각할 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아직도 노동운동이라면 빨갱이라며 이단시하는 처절한 현실에 그렇게 밖에 대응할 수 없었던 나약한 우리의 힘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장서 나간다고 비범한 사람이고 뒤따른다고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아닌 것을 아니다'고 말하는 것은 평범한 일이며 당연한 일"이라며 "그것이 귀찮고 따라올 후한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것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비겁한 것이다. 오히려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이 정말 비범한 사람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그런 김 주사한테 격려가 이어졌다. 김주업 위원장은 "그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 꼭 감고 참았더라면 평온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무원으로서는 죽음이라 할 수 있는 해고까지 불사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삶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우리 한번쯤은 그 길을 같이 공유하고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철우 전 함양군수는 "저자는 데모꾼이었다. 현상금이 붙은 데모꾼이었다. 쫓길 때 경찰서를 찾아가 현상금을 배로 올려달라고 했다면 두도두고 회자될 후일담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다볕지기로 주사위를 던진 만큼 향리를 위해 후반부 인생을 아름답고 탐스럽게 꽃 피워나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김일수씨는 "쓰고 보니 부끄러웠고, 잘못된 지난 날에 대한 후회도 밀려온다"며 "그때 조금만 더 잘할 것을, 좀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일수씨가 공직에 있었더라면 올해 말이 '정년'이다. 이에 주변사람들이 '정년퇴임식'을 겸한 출판기념회를 오는 20일 오후 6시30분 함양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다.
#김일수 #공무원노동조합 #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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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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