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의 공통점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1] 의용소방대원이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등록 2016.12.26 10:55수정 2016.12.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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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저술가이자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한 벤저민 프랭클린,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보스턴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 사무엘 애덤스, 그리고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 모두가 1800년대 후반 미국 혁명시대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이자 지역 안전을 선도했던 의용소방대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한 나라의 리더들이 소방대원 출신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놀랍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난을 담당하는 기관의 최고 책임자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불 한 번 꺼본 경험이 없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더더욱 그런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재난에 강한 나라' 미국. 그리고 그 미국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소방대원들의 정체성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초기 이주민들의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607년 한 무리의 영국인들이 세 척의 배를 나눠 타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대서양을 횡단하는 위험한 항해를 시작한다. 무려 5개월 가까이 소요된 여정의 끝에 도착한 곳이 바로 오늘 날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한 해변가다. 첫 번째 영국인들의 정착촌이 된 제임스타운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인 줄 알았던 그 곳에는 이미 1만4000여명이 넘는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고, 지금보다도 훨씬 추운 날씨와 척박한 환경은 그들의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식량부족, 추위, 질병으로 초기 정착민의 사망률은 자그마치 6명당 1명꼴로 높았으며, 특히 초기 이주민들을 괴롭혔던 것은 다름 아닌 화재였다. 화재는 마을 전체를 삽시간에 삼켜 버렸으므로 어떻게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하느냐는 그들에게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부유한 상인,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안전을 챙기는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신들의 돈으로 직접 장비를 구입하고 지역사회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미국 소방의 탄탄한 근간이 마련된다.

이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 준 사람들 중에는 벤저민 프랭클린, 조지 워싱턴, 사무엘 애덤스, 토마스 제퍼슨도 들어 있다. 특히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의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1736년 필라델피아에서 '유니언 파이어 컴퍼니(Union Fire Company)'라는 최초의 의용소방대를 조직하고 자신 또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약한다. 한편 그는 자신이 직접 발간한 신문 '펜실베이니아 가제트(Pennsylvania Gazette)'를 통해 화재예방에 관한 기사도 쓰면서 안전시스템 구축에 앞장선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 역시 젊은 시절 2년 동안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자주 소방서를 방문해 소방대원들과 장비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안전에 높은 관심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이런 전통은 오늘 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미국의 안전이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올바른 리더의 역할을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고, 소방대원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형성하는 원동력이 돼 주었다. 

1800년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안전의 리더가 정치인에서 전문 소방대원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소방대원들은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나 혹은 직업적 안정성을 위해 소방대원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리더로서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나눈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소방에 입문한다. 미국의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그들의 결정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지난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행사장 정리와 청소에 비번인 소방관들을 동원한 사례, 그리고 올해 초 국민안전처 고위간부가 병원에 입원했다며 소방관들에게 순번을 부여해 병실 앞을 지키게 만든 일 등은 아직도 우리사회 리더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겉으로는 안전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소위 '무늬만 안전'을 외치는 리더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안전리더의 역할을 소방관에게 양보하지도 않은 채 오히려 그들 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미국의 리더들처럼 어느 것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선인지를 항상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 시민기자 프로필 사진.
이건 시민기자 프로필 사진. 이건

#미국소방 #소방대원 #의용소방대원 #이건 #소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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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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