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브라 궁전 코마레스 궁에서 바라본 알바이신 지구의 풍경
길동무
듣고 또 듣는다. 프란치스코 타레가(Francisco Tárrega)의 기타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는다. '기타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기타의 현대적인 주법을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 타레가의 '트레몰로' 연주법이 듣는 이를 심연으로 이끈다. 들을수록 애잔한 분위기에 촉촉이 젖게 한다.
이 연주를 들으면 알람브라 궁전을 모르는 사람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으리라. 알람브라 궁전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두 눈이 저절로 감기리라. 지그시 눈을 감고 듣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치겠지. 그리고 외치겠지.
"아! 알람브라 궁전..."타레가가 여행 중에 만난 알람브라 궁전, 그는 이 궁전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던 것일까?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와 알람브라 궁전을 드날리게한 명곡을 작곡했을까? 왜 사실이 아니라는데도 실연 후 아픔이 담긴 곡이라는 설이 그치지 않을까? 그라나다의 그 엄청난 유물의 존재가 딱 한 곡 음악으로 이리 어울리게 압축될 수 있다니.
길동무에게 알람브라 궁전은 어떤 추억을 남겼을까? 내게 또 그곳은 무엇일까? 알람브라 궁전을 다녀온 지 어언 두 달여,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곧 알람브라 이야기 쓰기를 시도했다. 이 이야기를 빨리 쓰고 싶었다. 그러나 뭔가로부터 가로막혔다. 그 뒤로도 몇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입장시간 5분 전을 맞추기 위해 잰걸음으로 달려간 나스르 궁전 출입구, 그러나 티켓에 기록된 시간까지는 묵묵부답 입장을 불허했던 것처럼 쓸 수 있는 시간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을까?
그리고 어젯밤 삼경, 알람브라가 꿈으로 나를 깨웠다. 퍼뜩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끌리듯 다시 타레가의 선율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속도 빠르게 알람브라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꿈속의 나는 모래사막을 천천히 걸었다. 사막은 곱디고운 모래알, 수많은 모래알이 반짝였다. 망망대해 같은 사막은 파도가 없이도 끊임없이 출렁였다. 구름이 드리울 때와 작열하는 태양에 의해 시시로 모습이 바뀌었다. 하늘빛을 따라 사막의 빛도 변했다. 사막의 셀 수 없는 잔주름은 알 수 없는 문양이고 빈틈없이 들어찬 모래알은 무한히 나열된 뜻 모를 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