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문형표 긴급체포... 박 대통령 제3자 뇌물수사 급물살

직권남용 혐의로 첫 신병 확보, 청와대 지시 연결고리 찾기 수사 집중

등록 2016.12.28 09:27수정 2016.12.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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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유성호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보배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28일 오전 긴급체포했다.

특검팀이 21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강제 수단으로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전날 오전 9시 25분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던 문 전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28일 오전 1시 45분께 긴급체포했다. 그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조사 과정에서 삼성합병 찬성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기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증 및 주요 핵심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진술을 함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보고 전격적으로 긴급체포 결정을 내렸다.

특검팀은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최장 48시간 동안 추가 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 남소연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작년 7월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민연금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 국장급 간부들은 앞서 특검 조사에서 문 전 장관이 합병 반대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에 삼성합병 안건을 올리지 말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독자 결정하라는 취지로 주문하는 등 삼성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사실상 내렸다는 진술을 한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삼성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전날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복지부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도 체포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은 이틀째 이어진 특검 조사에서 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로부터 합병 찬성에 관한 요구를 받았다고 새롭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본부장의 진술과 문 전 장관 체포로 박 대통령-삼성그룹-국민연금 사이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겨냥한 특검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a 검찰 압수수색 받은 국민연금공단 검찰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모습.

검찰 압수수색 받은 국민연금공단 검찰이 지난 11월 23일 오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날 국민연금공단 모습. ⓒ 연합뉴스


국민연금과 복지부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은 특검은 향후 복지부와 청와대 사이의 연결 고리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에게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특검 수사는 '홍완선→복지부 간부→문 전 장관→김 비서관→안 전 수석'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단계적으로 밟고 올라 박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박 대통령 지시로 삼성 합병을 측면 지원했고 그 대가로 삼성이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측을 특혜 지원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결 한 달여 뒤인 작년 8월 말 최씨가 세운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승마선수단 6명에 대한 지원 명목이었지만 사실상 최씨의 딸 정유라(20)씨가 단독 수혜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핵심 수뇌부를 잇달아 불러 삼성의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출국금지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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