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스물다섯 살 권대희 씨는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턱 수술을 받은 후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에 응급 이송되었으나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스물다섯 살 권대희씨는 착실하게 목표를 위해 준비하는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는 청년이었다. 인천공항공사를 취업 목표로 삼고 모교 홍보대사도 맡아 했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대희씨가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턱 부분 수술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서초구에 있는 한 성형외과를 선택한 것도 이 병원의 원장이 유명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병원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14년 무사고" "턱 전문병원"이라는 광고도 한몫했다.
"턱이 사각턱이라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가족들은 성형수술에 반대를 하니까 친구들에게만 얘기를 하고 상담을 받은 거죠.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원장이 수술을 해준다고 하고 '14년 무사고'라고 하니까 친구에게 안심이 된다고 하면서 혼자 수술을 하러 간 거예요."권대희씨는 지난 9월 8일,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아래턱과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중 출혈이 심했고, 10~20분 걸리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마취에서 깨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렸다. 회복실로 옮기는 시간도 다른 환자 보다 두 배 가량 길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날 오후 7시 30분에 대희씨를 회복실로 옮긴 뒤 퇴근했다. 이후 간호조무사 2명만 근무하는 가운데 대희씨가 사실상 방치됐다고 유족들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기록을 보면 수술 후 대희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마취 담당 의사는 혈압이 80까지 떨어져 있으니까 이상이 있다고 느껴서 혈압 유지를 위해 펜타스판이라는 수액을 3번이나 놔줬다고 해요.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혈액을 주문해 놓은 상태였는데도 수혈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 상태에서 오후 7시 30분에 회복실로 옮기고 퇴근을 한 거죠." 환자 상태가 안정되지 않자 성형외과는 오후 11시 47분에 119구급대를 불러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 조치했다. 응급실로 옮겨진 후 수혈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새벽 0시 34분에 2분 정도 심정지가 왔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난 후 생체 징후는 돌아왔지만 대희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이 연락을 받은 것은 9월 9일 새벽 0시 50분이 돼서였다.
"처음 전화를 받은 건 대희 형이었어요. 성형외과 간호실장이라면서 전화를 했는데 '혈압이 낮아서 수혈을 받으러 왔고 문제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니 안심하고 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가족들이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대희는 의식불명 상태였어요."
중환자실로 옮겨진 대희씨는 수면상태에서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담당 주치의는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확률이 반반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경련을 여러 번 심하게 일으켜 장담할 수 없다며 의식이 안 돌아오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후 49일간 뇌사 상태로 있던 대희씨는 10월 26일, 사망했다.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인증 기준 마련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