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빠흐띠와 함께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참여연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오고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 나왔다. 그런데 분노한 사람들이 그 광장에 어울려 즐겁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있다. 그 촛불이 꼴 보기 싫었던 얼빠진 의원 하나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하니 더 많은 촛불이 모여들었고, 때로 옆 사람이 꺼뜨린 촛불을 그 옆의 낯선 사람이 다시 밝혀주는 다정한 광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광장에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촛불, LED로 만든 촛불이 등장했다. 지금 광장에선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처럼, 사람들이 직접 가지 않아도 만들어지는 시민 광장을 디지털 세계에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와글'과 '빠흐띠'다. 이 와글과 빠흐띠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철학사이다-바로 이 책>을 진행하고 있는 정치철학자 김만권이 만났다.
와글을 대표해 나온 20대 청년 김정현 매니저의 모습이 이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새로움을 상징하는 듯 했고, 빠흐띠를 이끌고 있는 권오현 대표의 모습은 '닫히지 않는 광장'이란 실험에 나선 개발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들은 와글이 최근에 발간한 <듣도 보도 못한 정치>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온라인 정치가 바꾼 수많은 해외사례를 들려주었다. 스페인의 디사이드 마드리드,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에스토니아의 시민의회 등 실제 디지털 민주주의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차분한 목소리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명료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민주주의의 변신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그러려면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새로운 기술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시민들이 모이는 일에 쓰고 싶다고.
이야기를 정리하는 시간, 빠흐띠 권오현 대표가 들려준 한마디는 그 울림이 크고도 강했다.
권오현 : 제가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모두가 거목이 되지 말고요 빨리 썩어야 하면 빨리 썩어서 없어지자'고…. 거름이 되자, 모두가 거목이 되려고 하지 말고, 많은 사람이 꽤 거름이 될 필요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많은 자원이 빨리 순환되려면 거름이 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요즘 많이 해요.
이들이 추구하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이 한 마디. 와글이 준비했던 시민의회 때문에 여러 불필요한 오해가 많은 지금. 대표자들에 질려버린 시민들에게 또 대표자를 뽑자고 제안한 것은 분명 실수였을지 모르지만, 와글의 의도는 빠흐띠 권오현 대표의 말이 대신 설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 거름이 되고 싶다.'
와글과 빠흐띠를 만나고 나서며 든 생각이 있다. 이들이 만드는 디지털 정치의 경계가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이들. 이들은 김만권이 '온프'(onff)라고 부르고 싶은 새로운 공간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철학사이다-바로 이책에서 들을 수 있다.
덧붙여두자면, 와글과 빠흐띠를 같은 자매 단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두 단체는 디지털 민주주의를 함께 열어가기 위해 필요에 따라 연대하지만 명료하게 상호 다른 독립적인 단체다.
* 팟빵에서 듣기 : https://goo.gl/nJF9LB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lnvgeG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tfHG3rb7S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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