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실리콘밸리' 위해 더 필요한 '작은 목소리들'

고양시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소통과 네트워크'의 중요성

등록 2016.12.29 17:09수정 2016.12.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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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양 실리콘밸리 조감도

고양 실리콘밸리 조감도 ⓒ 고양시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가서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는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는 국가 지도자가 얼마나 청렴한가, 국가 운영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는가, 국정을 왜 시스템적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국민들의 참여가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난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성 고양시장이 한 말이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발언인 만큼, 어쩌면 최 시장 스스로에게 강조한 말인지도 모른다. 현재 고양시에서도 역시 "다양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참여"가 꼭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만 잘 진행된다면 '한국형 실리콘밸리'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프로젝트. 방송, 영상, 문화, IT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연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여기에 고양시의 지역적 위치 특성을 결합해 향후 남북 경제 협력의 교두보 역할까지 수행하겠다는 계획 아래 추진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이다.

클러스터, 국어사전을 보면 "상호 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대학, 연구소 따위를 모아놓은 지역"을 이른다.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K-컬처밸리, 청년스마트타운, 방송영상콘텐츠밸리, IoT 융복합 실증단지 등 사업의 상호 작용을 극대화하고 여기에 '통일 한국'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자리잡을 만한 구상이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우선 올해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 유치가 확정됐다. 고양시에 따르면 약 1조60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질 계획이며, 1만8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예산 확보도 무난히 이뤄졌다. 최근 고양시의회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가한 1조6400억 원으로 확정했다.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위해 따로 90억 원이 편성됐다.

거점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향후 '통일 한국 실리콘밸리' 프로젝트 수행에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고양 스마트시티 지원센터'가 개설됐다. 고양시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혔던 일산 서부 경찰서도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주민 안전뿐 아니라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등 주요 프로젝트의 안전을 담당하는 메카가 될 것"이란 것이 최 시장이 강조한 바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커뮤니티 주목해야

앞서 소개한 최 시장 발언에서도 나타났듯, 이와 같은 인프라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소통 그리고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는 고양시가 '통일한국 실리콘밸리'의 모델로 꼽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만 봐도 그러하다. 민간 주도 스타트업의 세계적인 산실로 꼽히는 곳인 만큼, '이벤트 브라이트(Eventbrite.com)'나 '미트업(Meetup.com)' 등 민간 주도 커뮤니티를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통로'에서 투자자와 기업 대표가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투자가 이뤄진다.

이런 점에서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이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2015 고양시 IT·SW 융합산업 실태조사'는 주목할 만하다. 467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고양시 주요 산업별 현황은 물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과 함께 고양시 소재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담겨 있다. "고양시 기업 현장의 소리를 전달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보고서 취지를 특히 뒷받침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심층 인터뷰에는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가는데 꼭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우선 입지 환경과 관련한 평가가 눈길을 끈다. A업체는 "입지 환경이 상업 지역이다 보니 외부 인사가 건물을 찾기 어렵고 해외 마케팅 접견에도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 오피스 건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역시 "손님을 모시는데 있어서 위치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어려움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고급 인력 확보와 맞물려 있는 '정밀한 지원'

입지 환경과 인력 채용의 관계를 환기시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B업체는 "고정 생활비가 타 도시에 비해 높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으며, C업체 경우 또한 "특히 인력들의 거주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어려움을 토론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급여가 큰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다양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고급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한 업체는 "고급 인력 고용을 위해서는 큰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용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 지원이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하고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고급 인력 수급의 어려움", "부족한 전문인력으로 인한 기술 고도화에 대한 어려움"을 복수의 업체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었다. 보다 '정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모든 중소기업을 지원함에 있어서 비용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좀 더 가능성과 신뢰도 있는 중소기업을 선정하여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성공 확률도 더 보장되고 제대로 된 중소기업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으므로..."

다른 업체 또한 "지원 사업은 초기-성장-발전으로 구분했을 때, 발전 단계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여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했을 때 지역 공동체 및 산·학·연 등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당연히' 소통과 네트워크다.

그래서 더 귀한 '작은 목소리들'

"고양시 또는 경기도 내에 있는 기업들과 지원 사업에 대한 방법을 회의나 세미나를 통해 같이 토의하며 다양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혹시 불이익이 있을까 '쉬쉬'하는 경우가 많기 마련이다. '2015 고양시 IT·SW 융합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실린 심층 인터뷰에 응한 업체가 10개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이를 반증한다. 그래서 이런 '작은 목소리'들은 귀하다.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의 실효성 또한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월 열린 '통일한국의 실리콘밸리' 전문가 워크숍에서 시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앞으로도 전문가와의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자문을 구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형 실리콘밸리' 구축 과정에서 '소통과 네트워크'에 대해 고양시가 앞으로 또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고양시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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