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신제, 찹쌀떡을 구워 먹는 이유

시가현 모리시리 마을의 산신제

등록 2017.01.03 09:39수정 2017.01.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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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의를 마치고 사람들은 제물을 나누어 먹거나 마십니다. 술을 나누어 마시기도 합니다. 이 때 나누어 마시는 술을 미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물로 사용한 모찌 찹쌀떡을 나누어서 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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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시가현 고카시 모리시리(滋賀県甲賀市甲南町森尻) 마을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새해 첫날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는 마을 사람들의 풍년과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모치 찹쌀떡과 대나무 젓가락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찌 찹쌀떡은 찹쌀과 삶은 팥을 기계에 넣어서 만듭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든 모치 찹쌀떡과 대나무 젓가락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찌 찹쌀떡은 찹쌀과 삶은 팥을 기계에 넣어서 만듭니다. 박현국

요즘 사람들은 아프면 병원에 가고, 사고가 나면 보험으로 처리합니다. 그래도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모리시리 마을은 모두 48가구로 비교적 큰 마을입니다. 마을 둘레가 4킬로미터가 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새해 첫날 산신제를 지내고, 다시 다음 해 산신제를 지낼 사람을 뽑습니다. 보통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대로 나이 순으로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을 당산제를 지낼때 제관이 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이 마을에서는 미야모리 제관이라고 합니다.

           금줄을 만들 때 사용하는 볏짚과 금줄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 기계로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필요한 볏짚은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금줄을 만들 때 사용하는 볏짚과 금줄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 기계로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필요한 볏짚은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박현국

마을은 세 반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미야모리가 정해지면 미야모리가 들어있는 반에서 힘을 모아 마을 신사를 담당합니다. 청소는 물론 마을 축제와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는 산에 사는 신에게 풍년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오래, 오래 전,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전에는 산에서 나는 열매를 줍거나 따거나 산에서 나는 나물을 캐서 먹었습니다. 산에 들어가서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산신제가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이후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벼농사의 풍작을 바라는 뜻에서 볏짚으로 줄을 만들어서 금줄을 치고 산신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고, 산신제를 지내기 앞서 마을 회관 큰방에 제물을 차려놓고 제를 지냅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고, 산신제를 지내기 앞서 마을 회관 큰방에 제물을 차려놓고 제를 지냅니다. 박현국

마을 사람 가운데 올 산신제를 맡아서 담당하는 3반 사람들은 1일 아침 9시 쯤 마을 회관에 모여서 금줄을 꼬아서 만들고, 모찌 찹쌀떡을 만들고, 산신제에 사용할 제물을 준비했습니다. 12시쯤 준비가 모두 끝나고,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1시 반에 마을 회관에 모였습니다.


1시 반쯤 모인 마을 사람들은 마을 회관 큰 방 도코마에 제물을 진설하고 간단한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제물을 모두 지거나 이고, 마을 동쪽에 있는 마을 신사로 향했습니다. 이때 앞에서 "에토에토" 하면 뒤에서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확인해도 말 뜻을 모르지만 산신제 제물을 지고 가면서 늘 이 소리를 지른다고 합니다.

           시가현 고카시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마을 남자들이 제물을 준비해서 산신당으로 갈때 줄을 지어서 소리를 지르며 갑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시가현 고카시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마을 남자들이 제물을 준비해서 산신당으로 갈때 줄을 지어서 소리를 지르며 갑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박현국

산신제를 지내러 가는 사람들이 "에또에또" "니타니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마을길을 지나가자 각 집에서는 어른들이 나와서 준비하느라 수고했다고 하거나, 새해에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남자들이 산신제를 준비한 사람들을 따라나섰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기 전 제사를 지낼 산신단 청소나 제물 준비 따위 모든 것을 남자가 담당합니다. 산신은 여신이라 여자가 하는 것을 질투하기 때문에 남자가 담당한다고 합니다.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기 앞서 새해 축하모임을 갖고 이 자리에서 다음 미야모리 제관을 뽑습니다. 금줄로 둥그렇게 만든 고리를 제관에 씌워서 제관으로 뽑혔다는 것을 알립니다.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기 앞서 새해 축하모임을 갖고 이 자리에서 다음 미야모리 제관을 뽑습니다. 금줄로 둥그렇게 만든 고리를 제관에 씌워서 제관으로 뽑혔다는 것을 알립니다. 박현국

마을 신사에 도착하자 먼저 미야모리 제관은 본전에 예를 올리고,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 제물을 하이덴에 진설해 놓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이덴 마루에 앉아서 새해 첫날 먹는 오세치 요리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모두 40여 명 쯤입니다.

1시간 정도 하이덴에서 술을 마시면서 올해 마을 대표나 산신제 제관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새로 산신제를 담당할 미야모리 제관을 뽑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끝나자 신사 옆 숲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숲 안 산신제를 지내는 곳에 제물을 펼쳐놓고, 금줄을 쳤습니다. 제관이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축문을 읽고 제의를 마치고, 금줄을 칼로 자릅니다. 이것은 이제부터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산에 들어가서 열매를 따거나 산 나물을 캐는 일은 없지만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대로 제를 지냅니다.

제의를 마치고 사람들은 제물을 나누어 먹거나 마십니다. 술을 나누어 마시기도 합니다. 이 때 나누어 마시는 술을 미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물로 사용한 모찌 찹쌀떡을 나누어서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그리고 제물로 사용한 밥을 젓가락으로 퍼주면 손에 받아서 먹습니다.

           미야모리 제관이 독축을 읽으며 산신제를 진행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모찌 찹쌀떡을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미야모리 제관이 독축을 읽으며 산신제를 진행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모찌 찹쌀떡을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박현국

모찌 찹쌀떡을 구워서 먹습니다. 이것은 찹쌀떡의 끈기로 잡귀를 없애고, 행복을 불어들여 붙잡는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물로 사용한 모찌 찹쌀떡은 찹쌀 6킬로그램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리시리 산신제는 모두 마쳤습니다. 내년에도 모리시리 3반이 산신제를 담당합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 순으로 미야모리 제관이 3반에서 뽑혔기 때문입니다. 모리시리 3반은 약 20세대로 모리시리 마을에서 가장 큽니다. 3반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위해서 하는 일이고, 이 일을 통해서 마을 사람들과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으니 자주 산신제 일을 담당해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 세상은 바뀝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입니다. 오래전부터 지내온 산신제는 이제 역할이 사라졌지만 그 때 그대로, 제물을 준비하고, 제를 올립니다. 사람들 마을 속에 무언가 절대 신을 향한 기원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산신제가 끝나고 제물로 올린 술이나 밥 따위를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습니다.
산신제가 끝나고 제물로 올린 술이나 밥 따위를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먹습니다. 박현국

참고누리집> 시가현 고카시, http://www.city.koka.lg.jp/ , 2017.1.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와 일본민속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시가현 #모리시리 마을 #음복 #모찌 찹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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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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