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 지은이 밥 딜런 / 옮긴이 서대경 황유원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15일 / 값 48,000원
임윤수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에 실린 노랫말들은 가수이자 작곡가, 시인이기도 한 밥 딜런, 5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대중 가수로 활약해 온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명예를 안겨준 시이자 노랫말인 문학작품 모음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된 노랫말 모음집은<시경詩經>입니다. 시경은 2500년 전쯤 만들어진 것으로, 공자가 그때까지 전해지던 3000여 편의 시가 중에서 300여 편을 골라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이 책에 실린 노랫말들은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 1962년부터 2012년까지, 50년 동안 부른 노랫말들을 원문과 한글 번역문으로 엮어낸 가사집입니다.
총이 발사됐고 총성이 또렷이 울렸다네첫발은 그의 귀를 스쳤어두 번째 총알은 그를 정통으로 맞혔네그리고 그는 구부러진 핀처럼 고꾸라졌지 -'모조 천사(Tin Angel)(2012년)' 중, 1483쪽-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여느 대중가요의 노랫말들이 그러하듯 밥 딜런이 불렀던 노랫말 또한 그렇습니다. 어떤 가사는 깊은 동굴만큼이나 심장을 울립니다. 어떤 가사는 촛불의 열기를 더해주던 그 노랫말들처럼 벌떡이는 가슴에 방망이질을 해대는 열정입니다.
하나하나의 노랫말에 드리워 있는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아주 참혹한 현장,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그 끔찍했던 1980년 광주를 그린 노랫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딜런이 부른 노랫말에는 시대적 상황, 문화, 풍조, 가치, 사회, 사랑, 이별, 철학, 비평과 풍자, 삶, 슬픔, 자조 등 삼라만상을 아우르는 묘사와 만고풍상을 그려내는 느낌이 두루두루 다 담겨 있습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 아이를 헛간으로 끌고 가 마구 두들겨 팼지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그들은 말했지만, 난 그게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아그들은 아이를 고문했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짓을 아이에게 했어헛간에선 비명소리 들렸고 바깥 거리에선 사람들이 키득대는 소리 들렸지. -'에밋 틸의 죽음(The Death of Emmett Till)(1962년)' 중에서, 45쪽 - 얼마나 자주 위를 올려다봐야한 인간은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을까?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한 인간은 사람들 울음소릴 들을 수 있을까?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겪어야한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어버렸다는 걸 알 수 있을까?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보고 있지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 -'불어오는 바람 속에(Blowin' in the Wind)(1962년)' 중에서, 121쪽 - 그래, 내 신발, 그것은 싱가포르에서 왔지내 손전등은 대만에서내 식탁보는 말레이시아에서내 허리띠 버클은 아마존에서그리고 있잖아, 내가 입고 있는 이 셔츠는 필리핀에서 왔어그리고 내가 모는 차는 쉐보레야아르헨티나에서 조립되었지하루에 30센트 버는 어떤 이에 의해 -'노동조합의 영혼(Union Sundown)(1983년)', 1067쪽-노랫말을 읽고 있는데 시가 읊어집니다. 시인 줄 알고 읊어가다 보면 어느새 흥얼거리는 노랫말입니다. 시로 읊고, 노랫말로 흥얼거려보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
밥 딜런이 노랫말에 담고자 했던 유무형의 배경은 무엇이며, 밥 딜런이 노랫말로 표현하거나 전하고자 했던 노랫말 속 그림자는 무엇일까가 한참이나 궁금하나 이 책에서는 단순히 노랫말만을 읽을 수 있으니 아쉽습니다.
추후, 노랫말에 녹아있는 그 무엇까지를 새길 수 있는 설명이나 해설이 보태진다면 노랫말 속에 담긴 의미는 문학과 철학, 역사와 삶에서 또 다른 지평을 담아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밥 딜런 :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
밥 딜런 지음, 서대경.황유원 옮김,
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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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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