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한국지엠 내 채용비리 수사가 7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새벽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현직 대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과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대의원 A(55)씨가 이날 오전 5시 55분께 부평공장 내에서 숨져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119와 경찰에 신고했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 A씨의 겉옷 주머니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현 노동조합 지부장과 회사 부장에게 감사하다는 내용, 그리고 검찰수사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오랫동안 금속노조 한국지엠 대의원로 활동했으며 현 지부에서도 대의원을 맡고 있다. 검찰 수사가 전현직 노조간부까지 확대 된 상황에서, 부평공장 현장에선 A씨 또한 검찰 수사에 상당한 부담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엠지부 한 조합원은 "검찰에 자수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12월까진 돈을 줬다는 것을 조사했고, 1월부턴 받았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소환조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조합원은 "현장에선 채용비리연루 의심만 받아도 안 좋게 보니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끙끙 앓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지검은 숨진 A씨가 한국지엠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고, 소환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A씨는 수사 선상에 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조사를 하거나 소환한 적이 없다. A씨에게 돈을 줬다거나 받았다는 신고도 없었다"며, "(부평공장 내에서) 수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A씨가 유서에 검찰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경찰은 "유족 측의 반대"로 유서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서에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현 노조 지부장과 해당 부장은 유서와 관련해 경찰의 요청으로 경찰서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또한 유족반대로 유서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목숨을 끊기 전 이날 새벽 2시 쯤 부평공장 정문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의원들은 차량 내부에 공장 출입확인 장치가 설치 돼 있어, 새벽에도 공장 출입이 용이하다. 유서는 공장에서 썼는지, 쓰고 공장으로 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한국지엠은 노사합의에 따라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1차 협력업체 중에서 일부를 정규직으로 발탁·채용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비리가 싹텄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채용을 위해 회사 내 브로커(=정규직노동자)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주고 취업을 청탁하고, 브로커는 금품 중 일부를 노동조합 간부와 사측 직원에 건네고 채용을 알선하는 비리가 성행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지엠 내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한국지엠 채용비리로 구속 기소된 사람은 8명,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5명이다. 여기다 지난해 11월 6명이 검찰에 자수했고, 12월에 자수한 이들이 더 늘었다.
검찰은 숨진 A씨가 한국지엠의 채용비리와 관련한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A씨가 유서말미에 검찰수사와 관련한 심경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검찰 또한 당혹스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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