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에 위치한 몽양기념관 전경
김경준
탄원서 제출 이후 이뤄진 석연찮은 전개문제는 탄원서가 제출된 이후의 상황 전개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탄원서가 접수되자마자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7일, 양평군청에서 몽양기념관에 대한 민간위탁 운영기관 모집 공고를 낸 것이다. 위탁기관 입찰 경쟁에는 기념사업회와 탄원서를 제출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이 뛰어들었다. 위탁기관 선정을 위한 심의평가위원 공개모집은 19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이뤄졌고, 평가는 27일 개최됐다. 그리고 29일 군은 몽양기념관을 새로 맡아 운영할 기관으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고 이후 발표까지 불과 한 달도 안되는 사이에 응모·심사위원 모집·심사위원 선정·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마을주민들의 탄원서 한 장에 곧바로 위탁기관 재선정을 결정한 점이나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이 급하게 진행된 점 등을 들어 기념사업회를 일부러 배제하기 위해 군청이 의도적으로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마을주민들이 구체적인 운영상의 문제점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탄원서 작성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마을주민들은 탄원서를 작성하기 1년 전부터 기념관의 운영상황을 주시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고에서부터 선정까지 급하게 추진한 배경에 대해서는 "통상 위·수탁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12월에 진행해 왔으며, 관계 법령에 의거 모든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친 사항"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념사업회를 길들이려는 갑질행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몽양기념관과 생가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를 소망하는 지역의 민심을 오해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념사업회 "새 수탁업체, 응모 자격요건 성립되지 않아"기념사업회가 지적하는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념관의 새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 자체가 양평군이 내건 위탁기관 자격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양평군은 '공고일 현재 전국의 근·현대사 관련 비영리 법인 및 연구단체'를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명대 산학협력단 측 박모 교수는 고고학 전공이기 때문에 애시당초 자격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양평군 박물관·미술관 운영 조례 제36조(민간위탁)에 의하면 '박물관·미술관 민간위탁은 기증자, 유족 등이 소속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 우선하여 위탁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다"며 "기념관에 유물을 기증한 것도 기념사업회고, 기념관을 지을 수 있도록 토지를 제공한 유족들도 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기념사업회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심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달 18일에는 유족대표가 군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는 "상명대 산학협력단은 이미 다른 지자체와 함께 근·현대사 관련 연구 용역을 맡아 수행한 적이 있다"며 "컨소시엄이 선정된 후 위탁운영이 이루어지게 되면 당연히 관련 전공의 전문 학예사를 고용해올 것이니 큰 문제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의 인수·인계 시도에 험악한 상황 연출도군의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념사업회는 군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로 양평군과 기념사업회 간 위탁계약이 만료됐으나, 기념사업회 직원들은 계속 기념관에 출근하며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양평군은 불법 점거임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하루 빨리 정상적으로 인수·인계 절차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 역시 "당장 군청에서 경찰을 대동해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실제로 양평군의 인수·인계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계약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양평군청 담당 공무원이 기념관을 찾아와 계약 만료를 통보하며 인수·인계를 시도한 것이다. 현장에는 마을 주민들도 대거 참석해있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측의 반발로 양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