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야 농장라호야 계곡의 농장 앞 전경. 이런 첩첩산중에 2헥타르의 농장이 있다.
니콜라 로즈
무술과 명상에 관심이 많은 동생 엉뚜완은 2016년 여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형이 '내일'을 보여줬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후로 소비습관을 바꿨다. 아마존이나 슈퍼마켓 등 기업화된 상점, 인간이 기계부품처럼 취급되는 상점에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책은 동네 서점에서 사고, 왠만하면 다 중고를 사기로 했다. 그것도 살 게 정 필요하다면! 평소에도 동물을 좋아했는데, 육식이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걸 알고부터 고기를 먹지 않기로 했다.
채식은 식탁에서 고기만 빼는 게 아니었다. 채식을 먼저 시작한 형이 고기 대신 콩류, 견과류, 곡류를 정기적으로 다양하게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2016년 9월에 입학한 고등기술 대학교(IUT : Institutuniversitaire de technologie)에 휴학계를 내고 2017년 1월 중순, 형과 함께 우핑을 떠나기로 했다.
대를 이어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라던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핑을 떠난다는 결심에 - 그것도 두 형제가 다-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했다. 화를 내지는 않았을까? 앞으로 학비를 안 대주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드라마같은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형이 우핑을 떠난다고 했을 때처럼 놀라셨지만 평소처럼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주셨고, 기차표를 끊어주셨다. 평소에도 절대 큰소리 한번 치지 않으셨고, 자식이 하는 것에 늘 관심을 기울어주셨다.
대학에 진학한 후, 둘째 아들이 점점 우울해 하고 안으로 닫혀가는 걸 안타깝게 보아왔던 어머니는 그의 새로운 선택에 오히려 매우 기뻐하셨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좋은 기회다, 그다음에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며 아들을 독려하셨다. 지금은 이혼해서 따로 사시지만 두 분 다 인자하고 이해심이 많은 부모라고 두 형제가 입을 모아 말한다.
환경문제, 먹거리, 유기농 등 몇 년 동안 아무리 말해도 안 듣더니 영화를 한 편 보고 '우리 애가 변했다'고 신이 나서 내게 말한 건 사실 그의 어머니였다. 그는 지역 쓰레기 처리장에서 사무직을 보시는데, 지금은 자기보다 더한 환경가로 변신한 아들이 자랑스러워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을 아끼지 않으신다.
반면에 니콜라의 아버지는 아직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정유회사 토탈(Total)에서 근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니콜라는 생각한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기업 중 하나기 때문에 아버지도 그 영화를 보기 두려워하시는 것 같고, 니콜라도 권하지 않았다.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두 형제 다 먹거리와 주거를 자기 손으로 자족하고, 더불어 남을 돕고 싶다고 답한다. 엉뚜완은 한때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군인이 되고 싶어했다. 그런데 군인은 사람을 지키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그 꿈을 접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을 그렇게 바꾸라그들의 집을 나오면서 체 게바라가 떠올랐다. 게바라가 의대생이었을 때,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 하나로 남미를 여행한다. 체는 여행 도중 첫사랑도 경험하지만 그때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극빈곤층을 접하고,노동력이 착취당하는 부당한 상황을 목격한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게바라는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의대를 졸업하지만 더이상 지난 날의 에르네스토가 아니었다. 그가 남미를 여행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하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면, 느꼈다 하더라도 사회 불평등에 맞써 싸우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저 평범한 쿠바 의사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간디 왈,'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이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건 다수의 타인이 아닌 나의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한다. 심장이 뛰는 일을 향해 돛을 펼치는 두 형제의 모험에 순풍이 함께 하길 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공유하기
갑자기 고기 끊은 두 형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