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에도 문고리가 있다

지역정치의 공적 시스템 확보로 정치의 사사화 근절해야

등록 2017.01.18 10:38수정 2017.01.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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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정치의 사사화(私事化)'다. 사사로운 관계 속에서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것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얼마를 해먹었냐도 문제지만, 정치의 공적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당연하게도 사태의 해결은 범죄자의 처벌과 함께 무너진 정치의 시스템을 다시 복원하는 데 있다.

안타깝게도 '정치의 사사화'는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다. 특히 지역정치가 그렇다. 지역의 이권과 결탁한 지방의회의 부정부패가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서울 마포구만 해도 재개발조합의 검은 봉투가 마포구의장 선거에 흘러든 사건이 있지 않았나.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까닭은 사사화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를 떠받드는 기둥이기 때문이다. 검은봉투를 두 손에 든 지방의원이야말로 국회의원의 문고리다. 지역정치의 공적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적폐(積弊) 청산을 기대할 수 없다.

마포구의회는 어떻게 정치를 사사화하나

지역정치의 사사화는 선거제도에서 비롯한다. 원하는 결과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룰을 정하는 것은 게임의 은폐된 부분이다. 이것을 드러내고 바꿔야 한다.

마포구의회를 보자. 의원 정수는 18명. 비례대표 2명을 빼면 16명이다. 모두 2인선거구 8곳에서 선출된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라 선거구(도화동, 아현동)의 경우 서로 인접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적 인접성과 생활의 공통성을 고려하지 않은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마포구의회 현행 선거구
마포구의회 현행 선거구조영권

인구비례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마포구 아 선거구(성산2동, 상암동) 인구수는 73,430명으로 마포구 나 선거구(대흥동, 염리동) 27,918명의 2.6배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 의원 1인당 평균인구수 역시 아 선거구는 전체 마포구의 +51.2%이고, 나 선거구는 -42.5%이다. 아 선거구의 1표가 나 선거구의 1표에 비해 1/3의 가치밖에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나 선거구와 아 선거구 인구 비교
나 선거구와 아 선거구 인구 비교조영권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선거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평등선거권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평등의 원칙이 선거제도에 적용된 것으로 투표의 수적(數的) 평등. 즉 1인 1표의 원칙과 투표의 성과가치(成果價値)의 평등, 즉 1표의 투표가치가 대표자선정이라는 선거의 결과에 대하여 기여한 정도에 있어서도 평등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그내용으로 한다." (2006헌마67 결정)

무엇보다 이와 같은 선거구제는 정치적 다양성과 균형과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저버린다. 지난 200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26조(지방의회의원선거구의 획정) 2항은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서 선출할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정수는 2인 이상 4인 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중대선거구제의 취지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진입으로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마포구에는 2인선거구제만 존재하며, 이러한 경우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6곳에 불과하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3인선거구 수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3인선거구 수조영권

더 강한 민주주의, 지역에서 시작하자

물론 대안도 없지 않다. 지역적 인접성과 생활권을 묶고, 인구편차를 고려해 평등선거권을 보장하며, 3인선거구를 도입해 중대선거구제의 취지를 살릴 방안이 불가능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현행 선거구는 지역정치의 발전을 지연시킨 채 오직 정치의 사사화를 위해 수십년간 존치됐다.

 마포구의회 선거구 개편안
마포구의회 선거구 개편안조영권

우리가 여전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공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철인이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스템이 철인을 만든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제2의 박근혜, 제2의 최순실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공적 시스템이 이들을 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더 강한 민주주의, 지역에서 시작하다.
#마포구의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적폐청산 #정치의 사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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